국가 재정 말라가는데...정파적 득실보다 현실감 있는 세금 기사 필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5. 3. 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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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 원권을 펼쳐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은 드론이다. 안전한 곳으로 믿었던 장소에서도 드론으로 인해 사람이 죽고 있다. 드론 화면 속에서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사살되는 모습은 마치 전쟁 게임처럼 보인다. 드론 화면에서는 피의 온기도, 죽음의 실체도 실감하기 어렵다.

사람은 피가 없으면 죽는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세금수입이 없으면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세금과 생명은 게임이 아니다. 실존의 문제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 보다 세금이 줄어들면 국가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실존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

최근 세금 관련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논쟁의 초점은 주로 소득세와 상속세다. 그런데 세금관련 기사의 연관 검색어를 보자. '대선', '여야', '중도층', '정치권', '탄핵' 등 정파적 득실을 따지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소득세를 인하하고 상속세를 인하했을 때, 재정적 영향을 차분히 분석하기 보다는 정파적으로 누가 이득인지를 따지는 기사가 많다. 국가의 세수가 얼마나 줄지, 장기적 국가 경영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진지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 재정이 말라가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근로소득자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검증 없이 언론에 실린다. 근로소득세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근로소득세가 왜 증가하는지를 엄밀하게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소득이 올라서 증가했는지, 아니면 세율이 오르거나 공제가 줄어서 세 부담이 늘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내 연봉이 증가해서 세금이 증가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우리나라 결정세액은 2022년 59.1조 원에서 2023년 59.8조 원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근로소득자 총급여액은 869조 원에서 923조 원으로 더 크게 늘어났다. 전체 근로소득 총급여액이 증가한 이유는 근로소득이 증가한 것도 있고 근로소득자 수가 증가(2053만 명에서 2085만 명으로 증가)한 이유도 있다.

▲ 2022~2023년 근로소득자 총급여액과 결정세액, 평균세율과 1인당 세액을 비교한 표. 표=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럼 만약 2022년과 2023년 소득이 동일했다면 세금 부담은 과연 늘었을까.

근로소득자 중위소득에 살짝 못미치는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 서민층 근로소득세를 살펴보자. 2022년 60만 원에서 2023년 53만 원으로 줄었다. 평균세율은 1.3%에서 1.1%로 줄었다. 서민층의 근로소득세 부담은 1% 정도다. 생각보다 크지 않다.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 사이 중산층 근로소득세도 마찬가지다. 2022년 220만 원에서 2023년 209만 원으로 줄었다. 10억 원이 넘는 초고소득자 세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2022년 1인당 평균 세금 8억 원에서 2023년은 7억5000만 원으로 줄었다. 줄어든 세금 금액만 5400만 원이다.

이제 정리해보자. 2022년 대비 2023년 근로소득세수는 늘었다. 그러나 이는 근로소득자가 증가하고, 총급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일한 소득 집단에 따른 1인당 결정세액을 비교해보면 전 구간에서 감소했다. 상식적으로도 세율은 증가하지 않고 공제는 증가했기 때문에 소득이 같으면 내는 세금은 줄 수밖에 없다.

▲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세금 감면액이 소득 구간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서민층(3000만 원~4000만 원) 근로소득세는 약 6만9000원 줄었다. 한 달에 5000원 꼴이다. 중산층(5000만 원~6000만 원)도 11만 원 줄었다. 한달에 9000원 꼴이다. 연봉 5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 고소득층은 세금이 450만 원 줄고 10억 원 이상 초고소득층 세금은 5400만 원 가량 줄었다. 매달 줄어드는 세금만 450만 원이 넘는다.

여기서 중산층은 선택을 해야한다. 공제를 늘리면 내 세금은 한달에 9000원 정도 줄어들지만 초고소득층 세금은 한달에 450만 원이 줄어든다. 그만큼 국가 세수입이 줄어들어 행정서비스, 복지서비스가 줄어드는 피해를 전국민이 나눠가지게 된다. 근로소득세 인하는 필연적으로 초고소득층에 그 열매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소득세에 대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소득이 동일하다면 최근 근로소득세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팩트는 언론에서 언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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