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미국 ESS 쟁탈전…'SKIET·엔켐' 존재감

이지효 기자 2025. 2. 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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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 부진을 겪고 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가 구체화되면서 이 업계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관련해서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사실 전기차 캐즘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시장이 먼저 반응한다고 하죠.

산업부 기자입니다만, 최근 1주일 간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목록을 봤습니다.

상위 10개 중에 절반 이상이 2차전지 관련 종목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장 폐지 얘기가 나왔었는데 말이죠.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시발점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시였습니다.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를 위해 2조319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진행한다는 내용인데요.

원래 이 공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기지였거든요.

전기차가 일시적으로 팔리지 않는 상황이니 잘 팔리는 ESS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운 거죠.

SK온, 삼성SDI도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 라인으로 변경하는 등 북미를 중심으로 ESS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앵커>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셀 업체가 배터리를 만들어 팔 곳이 생겼으면,

거기에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에도 긍정적이겠습니다.

<기자>

국내 배터리 셀 업체의 주력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양극재 주요 원재료가 니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전기차 시장의 막이 올랐던 때에 NCM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같은 업체가 크게 주목 받았죠.

이번에는 ESS용 배터리입니다.

ESS 구조를 간단하게 보면 똑같이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이를 통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시스템이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출력과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는 전기차와 다르게,

ESS는 수명이 길고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로 쓰입니다.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 양극재는 최근 국내 업체가 개발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중국 양극재 업체인 룽판커지와 공급 계약을 맺은 걸로 알려지고요.

<앵커>

그렇다면 배터리 소재 업체 가운데서는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없는 겁니까?

<기자>

배터리 셀 업체의 얘기를 들어보면 배터리의 개발이나 제조 공정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용도에 따라 들어가는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비율이 달라지는 거죠.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는 양극재입니다.

다만 ESS용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 가운데 분리막과 전해액의 중요성이 큽니다.

기본적으로 대용량 배터리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충·방전 과정이 있고요.

이때 발생하는 열로 인해 분리막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분리막은 일종의 '벽' 역할을 하는 소재인데, 이게 손상되면 화재 위험이 증가하겠죠.

전해액 중요성도 커집니다.

전해액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이동하며 전류를 생성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요.

LFP 배터리에는 NCM 배터리보다 전해액이 50% 이상 많이 들어갑니다.

2020년 기준으로 분리막의 경우 한국의 SKIET가 전 세계 2위로, 점유율 10.9% 수준입니다.

전해액은 엔켐이 점유율 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순위는 9위입니다.

양극재에 밀려있던 전해액, 분리막 같은 다른 소재 업체가 주목 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양극재 업체는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 중인데, 그걸 감안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대부분 중국 업체가 앞서가고 있는 분야 아닙니까?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일단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죠.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배터리에 25~28.4%의 관세를 부과했고요.

최근 트럼프 정부가 10%를 추가로 더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관세를 적용할 때 미국 수입 업체 입장에서,

중국 LFP 배터리 셀 가격은 기존 킬로와트시(㎾h)당 47.95달러에서 66달러로 오르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중국 업체가 미국의 ESS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이 자리를 국내 업체가 침투할 수 있다는 겁니다.

AI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면서 미국 ESS 시장은 2022년 7조원 내외에서 내년 13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미국 ESS 시장은 태양광 설치량과 직결됐다"며 "연간 태양광 설치 수요는 2030년 60기가와트(GW)로 확대될 것"으로 봤습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도 다음달 열리는데요.

올해 키워드는 중국과 ESS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가장 많은 79개 중국 기업이 인터 배터리에 참여하고요.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BYD가 부스를 꾸리기로 한 점도 새로운데요.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업체에서 ESS 라인업을 공개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전기차 캐즘 이후의 상황을 대비한 배터리 기술력을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대중에 처음 공개하기로 했는데요.

기존 원통형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6배 이상이라 '게임 체인저'로 평가 받는 모델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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