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빠진 G20'서 보폭넓힌 中…"대국 책임 이행·다자주의 수호"

정성조 2025. 2. 2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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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WTO·호주 잇따라 소통하며 美 우회 비판…이집트엔 "가자지구 재건 가속해야"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악수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미국이 불참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이 광폭 행보를 펴며 존재감을 키웠다.

2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만났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인상에 맞서 이달 WTO에 미국을 제소한 상태다.

왕 주임은 "우리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WTO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제를 굳게 지지한다"며 "현재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성행하고 있지만, 경제 세계화의 대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계속해서 사무총장의 WTO 개혁 추진을 지지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시대의 진보적 조류에 순응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지위를 견지하지만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대국(강대국)의 책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나이지리아 태생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세계의 혼란 속에 중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중국의 성공은 수많은 개도국에 모델이 됐고 귀감을 만들어줬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WTO는 중국이 대화·협상 원칙을 고수하면서 성숙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다자 메커니즘을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WTO 개혁에서 중국의 힘 있는 지지를 계속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했다. 올해 G20 주제(연대·평등·지속가능성)가 '반미주의' 성격을 띠고 있고,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이스라엘 적대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26∼27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선 해의 G20 회의는 미국 신임 장관들이 중국 등 주요국 카운터파트와 상견례하고 막후에서 국제 경제와 조세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회지만, 다자주의 체제에서 미국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G20 패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이 빠진 'G19' 다자주의 무대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이 커졌고, 특히 각종 국제 사안에서 미국과 맞서온 중국은 '진정한 다자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왕 주임은 같은 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호주 페니 웡 외무장관을 만나 "복잡다변한 국제 정세에서 중국은 각국이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강대국은 특히 모범적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역사의 후퇴에 단호히 반대하고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호주를 포함한 국제 사회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의 성과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왕 주임은 22일 귀국 도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킬 후보국으로 거론한 이집트의 바드르 압델라티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지역 정세에 관해 소통했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집트는 가자 지구 정전 협정의 완전한 이행 추진에 힘쓰고 있고, 아랍 각국과 함께 재건 계획을 제정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인민이 고향을 강제로 떠나는 것에 반대한다"며 "아랍은 중국의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을 고도로 중시하고 평화 회복·재건에서 중국의 지지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왕 주임은 "우리는 아랍 국가들의 정의로운 입장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인민 강제 이주에 반대하며 정전 협정이 완전하고 유효하게 집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일부이고, 재건·거버넌스 계획을 가속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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