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권영세 "국회 있었어도 계엄 해제 표결 참여 안 했을 것"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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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7 |
ⓒ 연합뉴스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필사적으로 '줄타기'에 나섰지만, 결국 선을 넘어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은 잘못됐다고 재차 고개를 숙이면서도, 그가 비상 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과 '야당'의 문제를 강조했다. 정작 비상 계엄 조치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심지어 비상 계엄 해제 표결에 당시 여당 대부분의 인원이 나서지 않은 것조차 옹호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현재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떠받들고 있는 강성 지지층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쪽에 최대한 집중되어 있었다. 예컨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의혹 자체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검증 필요성은 적극 호소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엇박자 속에 윤 대통령과 관련해 흥미로운 말들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이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보다 '유튜브'에 너무 심취해 있어서 본인이 조언을 한 바 있다고 실토한 것이다.
"윤석열에 유튜브보다 신문 보라고 조언... 세게 얘기 안 한 게 아쉬워"
1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사회자가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됐다.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평소 내부 회의에서도 이런 얘기를 종종 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런 대통령의 생각이 굳어져 가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시간이 결국 12월 3일에 계엄이라는 결정적 오판으로 이른 것 아닌가."
그러자 권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아쉬움 등을 언급한 후 "가끔 뵐 때 유튜브 이야기 나오면, '유튜브보다 그 신문이라든지 TV라든지 이런 거를 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신문 같은 경우, 요즘에 대부분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보지만, 진짜 물리적으로 신문을 보는 거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각 신문사에서 지면을 구성하고 배치하면서 의제를 설정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맥락이었다. 그는 "언론의 흐름이라는 것이 민심을 반영하는 내용"이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제가 세게 얘기하고, 언론과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이렇게 좀 채근하지 못했던 부분에는 아쉽게 생각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잘 정리된 유튜브) 부분을 보는 건 좋을지 모르지만, 유튜브나 요즘 다른 SNS나 이런 게 소위 알고리즘에 의해 가지고, 어떤 유튜브를 보면, 관련된 같은 성향의 유튜브만 잔뜩 떠올라서 계속 거기에 갇히게 되고 이런 부분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필터 버블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편향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라는 거를 강조하고 실제로 제가 대통령께도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다"라고 회고했다.
사회자가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자 "어느 지도자나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서 불만 없는 사람 없지 않느냐?"라며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유튜브에서 오히려 제대로 반영을 해서 발표를 하더라'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은 좀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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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7 |
ⓒ 연합뉴스 |
이날 권 위원장은 부정선거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검증은 필요하다는 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부정선거의 실체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정말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부정선거에 대해서 굉장히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상당한 것도 잘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고 핵심 가치인데, 그 선거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는 분들이 상당히 계시다면 이거는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오히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객관적으로 우리가 한번 리뷰를 받겠다'라고 얘기하는 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검증을 했고, 국민의힘도 제도 보완이 잘 됐다고 지난 선거 당시 평가했는데도 다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사전투표 제도에 대해서도 재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질문자가 "사전투표 제도는 투표율 제고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게 여야의 공통적인 판단이었고, 지난 총선 때 윤석열 대통령도 사전 투표하셨다"라며 지금 와서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권 위원장은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물음이 채 끝나기 전에 "지금 선거 부정 문제가 굉장히 큰 이슈"라며 "심지어 계엄의 원인 중에 중요한 부분이냐 하는 부분까지 나온 상황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 전에 우리 사전투표하지 않았느냐? 독려까지 하지 않았느냐'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사전투표가 있고, 그거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해야 되고 독려해야 되겠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사전투표를 없앤다고 우리가 보수당이 손해냐?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대한 관점이 대국민 담화 당시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도중 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라며 "대통령께서도 투표 과정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정도라면은 여기에 대해서는 한번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는 답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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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25.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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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는 뭐 다른 이유보다도 차가 잔뜩 막혀 있는 상태"였다며 "당사로 오라고 그래서 당사로 가서 있다가 표결되는 걸 지켜봤는데, 그 당시에 이제 그 표결에는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선언하는 것들이 이제 그 방송으로도 쭉 나오고 그러는데 사실은 그것만 가지고는 이게 조금 납득이 잘 안 됐다"라면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 대해 "특히 여당이라면은 책임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된다"라는 주장을 내어 놓았다.
권 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서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라는 걸 서로 전제를 하고 봐야 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얘기 못하는 이유가 있는지, 그런 걸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저도 이동하는 과정 중에 대통령 비서실부터 시작해서 일부 관련이 있을 장관들한테까지 전화를 해봤는데 통화 안 됐다"라며 "그래도 우리가 일단 들어보고 저 정도가 발표된 게 다라면 그거에 대해서 우리도 반대 입장을 표시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 그게 도대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가 무조건 덮어놓고 야당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거는 여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저는 당시에 한동훈 대표가 저랑 똑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텐데,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다'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리하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을 때 밝힌 이유만으로는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책임 있는 용산 대통령실이나 정부 인사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들은 후 판단했어야 한다는 맥락이다.
심지어 당시 즉각적으로 비상 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한 한동훈 전 대표도 비판했는데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지 않아 비상 계엄이 계속되는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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