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책임” 참호에 숨은 윤석열…소대장만도 못한 통수권자
군 지휘철학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윤석열은 탄핵심판 내내 ‘책임은 부하에게’
“나를 따르라”
전남 장성에 있는 육군보병학교의 교훈이다.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을 하게 되면 4개월 가량인 보병학교 초등군사반 과정을 마치고 일선 부대에 소대장으로 나가게 된다. 이들에게 “나를 따르라”를 강조하는 것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소대장이 참호 속에 숨어서 부하들에게 “돌격 앞으로”만 외쳐봤자 따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소대장 리더십의 뼈대는 솔선수범, 희생, 부하들에 대한 믿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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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총사령관인 통수권자였다. 지난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6차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부당한 지시를 왜 따랐냐”며 곽 전 사령관을 공박했다, 윤 대통령은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할 때는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게 기본이다. (지시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게 상식”이라며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이) 어떤 공직사회의 상하 간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부당한 지시를 했는데 왜 현장 군인이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20대 중반의 육군 소위들은 보병학교에서 “자신이 내린 명령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대장 교육을 받고 일선 부대에 부임한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사태 당시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에게 위헌 위법 명령을 내리고도 발뺌하며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지휘 책임은 무한 책임’이란 군 관행이 있다. 지휘 책임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하에 대한 지휘·감독과 관련해 지는 책임이다. 지휘관들은 ‘명예는 상관에게,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지휘철학을 내건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에 제발로 나와 ‘책임은 부하에게’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군대에서 명령권자인 상급자가 지시했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군 지휘 교범에는 “지휘관은 권한을 위임할 수는 있지만 책임을 위임할 수는 없다”고 적혀 있다. 교범은 상급 지휘관이 예하 부대 지휘관에게 권한을 위임할지라도 예하 지휘관의 작전 수행 결과에 대한 책임은 상급 지휘관에게 있다고 설명한다.
군사작전 측면에서 보면, ‘2시간 짜리 내란’으로 실패한데는 군사작전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현장에 마구 내린 명령도 한몫했다. 군사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작전 계획은 집권화하고, 실시는 분권화해서 예하 지휘관에게 권한의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현장 작전 부대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현장의 융통성과 창의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내란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등에게 “4명이서 1명을 끌어내라” 같은 깨알같은 지시를 쏟아냈다.
내란 사태 당시 현장 부대에 직접 명령을 내린 윤 대통령때문에 ‘지휘 통일’이 되지 않았다. 전쟁 원칙 중의 하나인 지휘 통일은 책임 있는 한 사람의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지휘계통상 특전사령관이나 수방사령관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의 군정·군령 명령을 받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들에게 직접 명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내란사태 당시 김용현 국방장관이 특전사령관이나 수방사령관에게 1~2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며 숨 가쁘게 지휘를 하고 있는 와중에 윤 대통령까지 이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단일 지휘계통이 흔들리면 사공이 많아지고 배가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군 복무를 하지 않아 분대장 경험도 없는 윤 대통령이 장군들에게 사소한 것까지도 직접 지시한데는 국군통수권자란 주어진 권한을 자신의 지휘 능력으로 착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에서는 지휘관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한 마리의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양 무리’가 더 강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쟁 승리의 요체가 지휘관의 리더십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윤 대통령은 사자 무리를 이끄는 양만도 못하다. 내란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은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고 포탄 연기 자욱한 전쟁터에서 자신은 안전한 참호에 숨어서 꼬빼기도 안 보이면서 부하들에게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꼴이다. 그는 50만 국군의 통수권자는커녕 40명을 이끌 소대장 자격도 없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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