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폭격…한국 협상 카드로 떠오른 LNG
커지는 수입 확대 목소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록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도 일본처럼 LNG를 향후 대미(對美)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최근 잇따라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국가별로 캐나다·멕시코·중국, 품목별로 철강·알루미늄까지 취임 1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국에 대한 압박도 점점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흑자 8위를 기록한 국가라서다. 한국 정부가 대책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하는 게 미국산 LNG 확대다.
일단 트럼프가 원하는 협상 카드인 건 분명하다. 화석연료 경제의 부활을 예고한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LNG를 원유와 함께 핵심 수출품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공화당)은 지난 5일 “일본·한국·대만이 카타르에서 LNG를 많이 수입하는데, 큰 실수다. 알래스카산 LNG를 수입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1기’ 때도 한국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카드를 꺼냈다. 2016년 미국산 LNG가 한국의 전체 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를 거치고 난 2021년 미국산 비중은 18.5%로 폭등했다.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LNG는 에너지 빈국인 한국이 꼭 수입해야 하는 필수 에너지다.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 비중은 29.8%를 기록했다. 원자력 발전(32.5%)에 이어 두 번째다. LNG 수입이 트럼프 정책 노선과 부합하고, 대미 무역 수지 균형도 맞출 수 있는 대안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점상으로도 절묘하다. 1990년대 카타르와 맺은 장기 LNG 도입 계약의 만기가 지난해 연말부터 도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동산 LNG 가격 변동 폭이 크다. 미국산으로 일부 물량을 돌리면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미국의 통상 압력도 해소하는 측면에서 일거양득”이라며 “미국산 LNG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다수의 미국 LNG 공급사를 장기 도입 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검토에 들어갔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계약 종료한 카타르·오만산 LNG 수입량(898만t)을 전부 미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수입액은 46억47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557억 달러)의 8.3% 수준이다. 부수 효과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5~2026년 미국·중동을 중심으로 LNG 신규 생산이 늘어날 경우 LNG선 수요가 11%가량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대형 LNG선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한국 조선업에도 호재란 얘기다.
다만 ‘만능열쇠’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LNG 수입이 국가 간 계약인 만큼 단기간에 특정국 비중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동 대비 수송료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산 LNG 수출 터미널이 남부 루이지애나에 있는 만큼, 서부 해안에 LNG 수출 터미널을 공동 건설하는 방안도 협상 카드로 제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협상은 상대(미국)가 아쉬울 때, 가장 늦게, 극적으로 해야 최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LNG 수입 확대가 이미 노출된 패인 만큼 (미국산 수입을 늘리더라도) 최대한 싼값에, 안정적인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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