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모텔비 내면 끝"…요즘 감사원 돈 없어 현장 못간다
감사원 주요 부서의 A과장은 직원 지방 출장을 두고 며칠째 고민 중이다. 직접 현장을 확인할 사안이 있는데, 출장을 보내면 올해 1분기에 배정된 여비 예산을 다 쓰게 될 수 있어서다. A 과장은 5일 통화에서 “예산 삭감으로 감사 활동비가 대폭 줄어, 이젠 대부분의 감사를 ‘내 돈 내 감(내 돈 내고 내가 감사)’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설 연휴 뒤 올해 감사가 본격화되며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 여파가 감사원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감사 활동에 쓰이는 특수활동비(15억1900만원)와 특정업무경비(45억1900만원)를 전액 삭감했다. 감사원 조직과 할 일은 그대로인데 핵심 업무인 감사 때 쓸 돈이 없는 것이다.
이달 중 연간 감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감사원은 올해 상반기에 지방 출장이 필요한 감사는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합의해 일부 예산이 복구되면, 상반기에 미뤘던 업무를 하반기에 출장 일정을 늘려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감사원 사무처는 그전까지 숙식비 등 고정비로 쓰이는 국내 여비 외에 간부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감사 활동비로 전용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추비도 지난해 대비 20%가 깎인 8억여원에 불과해 내부에선 “아무리 아껴 써도 상반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출장 여비 역시 20% 가까이 삭감됐다.
감사원 B과장은 “출장 여비는 딱 지방 KTX역에 도착하는 것과 모텔비까지”라며 “그 이후부터 특활비와 특경비로 제보자를 만나고 현장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감사원 C국장은 “부이사관급 이상 과장 업추비는 0원이고, 국장 업추비도 거의 없다”며 “현장에서 자기 돈 써가며 직원들 밥 사 먹이는 후배를 보면 민망할 따름”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내역 입증을 하지 않는 권력기관의 쌈짓돈”이라는 명분으로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 기관의 특활·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국회 특활비(9억8000만원)와 특경비(185억원)는 유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예산은 오히려 늘렸다. 그래서 “보복성 예산 삭감”이란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살 의혹,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지연 배치 의혹 등을 감사하며 민주당으로부터 “표적 감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형 감사 경험이 있는 특별조사국 출신의 전직 감사관은 “민감한 부패 정보는 현장 수집과 제보자 설득이 필수”라며 “예산이 없으면 통상적 감사밖에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감사원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회 감사안 요구 처리부터 매달려야 하는 처지다. 통상 국회에서 감사원에 요구하는 감사 사안은 연간 5~6건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 동안 25건의 국회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대부분이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의혹 재감사와 검사 탄핵에 집단 반발한 검사들에 대한 법령 위반 의혹 감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정치적 중립 위반 의혹 감사 등 현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국회법상 국회 감사 요구는 거부가 불가능하며,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국회의장의 허가 속에 감사 기간을 2개월씩 연장할 수 있어 감사원 입장에선 최우선 처리 대상이다. 복수의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감사 부서가 야당이 요구한 감사에 매달리고 있다”며 “국회에서 하라는 감사는 잔뜩 늘려놓고, 돈은 깎아놓으면 어찌 하라는 것이냐”고 푸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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