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3년, 미얀마 의사·간호사 “생계 위해 매춘”
군부 쿠데타와 내전으로 경제가 파탄에 이른 미얀마에서 생존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마저 매춘을 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얀마 내전이 4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화이트칼라 여성들이 ‘생계형 매춘’이라는 절박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이어진 내전은 국가 경제를 폐허로 만들었다. 물가 상승, 통화 가치 하락, 전력 부족 등으로 민생은 파탄에 이르렀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2024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1%로 하향 조정하며 “경제가 뒷걸음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전문직 여성들
미얀마의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매춘부로 활동 중인 메이(26·가명)는 의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7년간 의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졸업 후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군부 쿠테타로 국가 경제는 흔들렸고 의료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그녀의 월급 415달러(약 59만원)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메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 공부했는데, 지금은 생계를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가족에게는 매춘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법으로 매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올해 미얀마의 인플레이션은 26%까지 치솟았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식료품 가격이 160% 폭등했다고 발표했다. 전력 부족으로 공장은 마비됐고, 국경을 통한 무역도 어려워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얀마 국민의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남녀의 임금 차이도 커 대다수 여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얀마 여성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 수입은 하루 약 5달러로, 남성 대비 40% 낮은 수준이며 실업률도 남성보다 높았다.
고학력 매춘부 ‘데이트 걸’ 등장
여성들이 빈곤계층으로 내몰리면서 ‘데이트 걸(date girl)’이라는 고학력 매춘부가 등장했다. 만달레이의 간호사 자르(25)는 병원이 군부의 탄압으로 폐쇄된 이후 매춘업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첫 고객을 만났을 때 지옥 그 자체였다”며 “이 일을 즐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객 정보를 텔레그램을 통해 받는다는 그녀는 하룻밤에 80달러(약 11만원)를 벌었다. 이는 간호사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 일을 하는 게 부끄럽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쿠데타 이후 외국 기업이 철수하면서 의류·섬유 공장과 같은 주요 일자리도 사라졌다. 이는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가능성을 더욱 좁히고 있다. 3살짜리 딸은 둔 싱글맘 먀(25)는 남편을 잃은 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먀는 결국 딸을 부양하기 위해 매춘업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아무도 나를 고용해주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겠지만, 그들은 아이가 굶는 걸 보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사라진 일자리, 무너진 중산층
미얀마 군사정권은 올해 GDP 성장률이 3.8%에 이를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는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1년 미얀마에 민주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산층이 증가했지만, 군사정권이 다시 들어서면서 현재 중산층은 5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때 중산층이었던 의사 수(29)는 “소아과 의사가 돼 아이들을 돕고 싶었지만 쿠데타와 가족의 재정 상황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이건 내가 꿈꿨던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인권 상황 악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군정과 반군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어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군정은 지난해 10월 말 북부 샨주에서 시작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합동 공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은 올해 방글라데시와의 국경 도시인 팔레트와 부티다웅도 점령했으며, 라카인주 북부 거점 도시인 마웅도 내 군정기지를 점령하며 세력을 불리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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