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앤드루, 크리스마스 산책에서도 빼야하나”…中 간첩 연루 의혹으로 고심

구자룡 기자 2024. 12. 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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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5, H6로만 알려진 50대 중국인 A씨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파악
앤드루, A씨를 윈저성 등 초대, 중국 사업의 대리인 지정 등 밀접 관계
2021년에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인 ‘앱스타인 스캔들’로 ‘전하’ 호칭 박탈
영국 찰스 2세 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사진 위키피디아) 2024.12.1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영국 왕실은 노퍽의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세인트 메리 막달레나 교회까지 걷는 ‘크리스마스 산책’ 전통이 있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중국 간첩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64)를 올해 이 행사에서 제외할 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소속 A씨와 밀접” 의혹

앤드루 왕자는 국가 안보상 영국 입국이 금지된 중국 사업가 A씨와 가까이 지내며 버킹엄 궁전과 윈저성 등 주요 왕실 시설에 초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H6’로만 알려진 50대 중국인 A씨는 2021년 테러방지법에 따라 영국 입국이 금지된 인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입국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영국 내무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2일 패소했다.

영국의 이민 문제 담당 재판소인 ‘특별이민항소위원회’는 국내정보국(MI5)이 A씨를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산당과의 연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위원회 판결문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윈저성 부지 내 왕자의 저택 ‘로열 로지’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 파티에도 이 인물을 초대했다.

앤드루 왕자의 수석 고문인 도미닉 햄프셔가 A씨에게 보낸 2021년 3월 편지에는 A씨를 왕자의 생일 파티에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편지에는 A씨가 앤드루 왕자의 대리인으로서 중국의 잠재적 파트너 및 투자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앤드류 왕자는 사무실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H6로 알려진 스파이 혐의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된 후 모든 접촉을 중단했으며 민감한 성격의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등 영국 전직 총리도 각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런던 사무실 책상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전 총리 측은 사진이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또 해당 남성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앤드루 왕자의 생활비는 어디서

가디언은 앤드루 왕자의 간첩 인사 연루 의혹과 함께 그의 재정 상황도 관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제한된 수입으로 과거와 같은 생활을 하는 자금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앤드루 왕자는 2019년 ‘엡스타인 스캔들’ 이후 전하(HRH·His/Her Royal Highness)로 부르는 지위와 왕실의 후원을 잃었고 최근에는 국왕의 재정 지원도 끊겼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 앤드루 왕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아버지 에든버러 공작에게서 무엇을 물려받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년 출간될 ‘근대 군주제’의 저자이자 런던대 로양 할로웨이의 강사인 크레이그 프레스콧은 “앤드루의 재정은 여러 면에서 항상 미스터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왕실 부지로부터 임대받은 윈저성 로얄 로지의 30개의 방이 있는 집에 대해 연간 300만 파운드 보증금과 유지 관리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그는 서식스 공작과 공작 부인의 옛 결혼 주택인 5개 침실이 있는 프로그모어 코티지로 이사하라는 찰스 국왕의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킹엄 궁전은 앤드루가 생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아무런 통제도 행사할 수 없으며 재정 상황을 조사할 법적 권리도 없다고 밝혔다.

그의 수입이 합법적인 출처에서 나왔다는 그의 말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앤드루가 고려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해외로 이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은 공작이 걸프만으로 영구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곳에서 앤드루의 왕족 지위는 어느 정도 존경을 받을 것이지만 왕실은 더욱 불안해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레스콧은 “MI5가 경보를 울리지 않았으면 앤드루 왕자는 매우, 매우 위태로운 입장에 처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폭행 의혹 ‘앱스타인 스캔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성추문 끝에 모든 왕실 업무에서 배제됐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해군에서 22년 복무했으며 포클랜드 전쟁 때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영국 왕실의 이번 결정으로 앤드루 왕자는 영국군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 중 하나인 그레나디어 가드의 대령을 포함한 여러 군 직함을 잃었다.

앞서 버지니아주의 여성 주프레(당시 37세) 2021년 8월 뉴욕 법원에 앤드루 왕자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주프레는 자신이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매매와 성학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이 당시 17세였던 자신을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총 3번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미국법에 의하면 당시 자신은 미성년자였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BBC 뉴스나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전혀 없으며, 미국과 영국에서 주프레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앤드루 왕자는 인터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공식 활동에서 물러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주프레의 주장을 부정하고 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였던 길레인 맥스웰과 한때 친분이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를 도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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