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신청 앞둔 김혜성 “이제 실감나고 긴장돼..무조건 메이저리그 가고싶다, 그게 꿈”
[송파=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24 KBO 시상식이 11월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2024시즌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각 부문 타이틀 홀더에 대한 시상과 수비상, 신인상, MVP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은 2루수 수비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신설된 수비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김혜성은 "올해도 받고 싶었던 수비상을 받았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수상일 수도 있다. 올겨울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포스팅을 신청할 예정인 김혜성은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구단과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김혜성은 오타니 쇼헤이(LAD)의 에이전시인 CAA 스포츠와 일찌감치 계약을 맺고 빅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메이저리그도 오프시즌의 문이 활짝 열린 만큼 에이전트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 김혜성은 "아직 에이전트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미팅했을 때는 이런저런 팀과 대화를 나눴다 정도만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포스팅을 신청하지 않은 만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포스팅을 신청해야 공식적으로 협상이 시작되기 때문. 김혜성은 "이제 곧 포스팅을 신청할 것이다. 신청 후 30일 동안 진행되는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중요한 만큼 곧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이 곧 추수감사절 연휴니까 포스팅을 신청하면 추수감사절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12월 초 열리는 윈터미팅은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꽃으로 불리는 중요한 행사다. 각 구단 관계자들과 에이전트, 팀을 찾는 선수 등 모두가 모여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기 때문이다. 김혜성 역시 윈터미팅에 참석해 본격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사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실감은 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포스팅 신청이 다가오니 긴장이 많이 된다"고 웃었다. 김혜성은 "미국에는 포스팅을 신청하고 조금 뒤에 갈 것이다. 미국에서 운동하고 몸을 만들며 지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미국행은 어머니가 동행할 예정이다. 김혜성은 "이번에 미국에 가면 에이전트, 어머니와 함께 갈 것 같다"며 "미국에 진출하게 될 경우까지는 아직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계약이 안될 수도 있지 않나. 미래를 막 계획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일단 계약부터 한 다음에 생각하겠다"고 웃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영어의 중요성이다. 통역이 함께하기는 해도 모든 말을 통역을 통할 수는 없다. 동료들과 함께 가까이 호흡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도 어느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혜성은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일주일에 1-2시간씩 과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김혜성은 "공부를 해보니 내 머리는 야구하길 잘한 것 같다. 도무지 늘지를 않는다. 확실히 힘든 것 같다. 지금은 식당에서 겨우 음식 하나 시킬 정도만 된다"고 웃었다.
영어 공부를 서두르는 이유는 있다. 직접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김혜성은 "(ML 구단 관계자를 만나)내가 어떤 선수다 어필할 말은 마음에 정해놨다. 하지만 아직은 비밀이다. 현지에 가서 당당하게 말하겠다. 그걸 영어로 해야한다. 그래서 외우고 있다. 발음과 문법 등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로 질문을 받을 경우에 대해서는 "번역기를 켜야하지 않겠나"고 웃었다.
김하성, 이정후와 한 팀에서 뛴 김혜성에 대해 메이저리그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등 김혜성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팀의 이름도 거론될 정도. 김혜성은 "아무래도 어떤 팀이 관심이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윈터미팅 전이라 지금 나오는 말들은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더라. 그래서 딱히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팀에 가느냐도 중요하다. 오타니처럼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이 영입을 원하는 '슈퍼스타'의 위치라면 팀의 사정까지 고려할 이유는 없지만 도전자의 입장에서는 아니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자금도 선수도 풍족한 빅마켓 구단보다는 계약 하나하나가 소중한 스몰마켓 구단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혜성은 "빅마켓, 스몰마켓 이런 것은 지금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다만 포스팅 신청 뒤 제안이 오면 그 상황에서 내가 뛸 수 있는 구단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반응했다.
선배인 김하성(FA)처럼 '거포 유격수'도 아니고 친구인 이정후(SF)처럼 국제대회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다. 분명 관심을 받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제시하는 계약 규모는 기대보다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혜성은 "(제시받는)조건이 좋지 않아도 다른 곳은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은 메이저리그를 가고 싶은 마음이고 그걸 꿈꾸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미국에 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등 다른 무대로 눈을 돌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 팀 선배였던 김하성도 함께 활약한 친구 이정후도 김혜성에게 조언을 건넸다. 김혜성은 "하성이 형, 정후와 같이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봤다"며 "하성이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많이 참고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도 야구지만 타지 생활에 대한 조언이 더 필요할 수 있는 상황. 김혜성은 "하성이 형이 '도시락을 싸갖고 다녀야 한다'고 하더라. 음식이 잘 안맞을 수 있으니까 그래야 한다고 하더라. 하성이 형도 한식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시즌을 치르면 살이 6kg, 8kg씩 빠진다고 한다. 시즌 중에는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락을 잘 챙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는 한동안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계약서 필수 항목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 조항인 만큼 도전자 입장에서는 분명 유리한 요소다. 다만 김현수(LG)처럼 거부권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윤석민의 경우처럼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하성과 이정후는 '계약서'보다는 다른 것을 더 강조했다. 김혜성은 "계약서에 뭘 넣으라는 말은 안하더라"며 "그보다는 팀에 어떤 유망주가 있는지를 잘 봐야한다는 말을 해줬다. 주전도 주전이지만 유망주를 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잘 봐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중요한 요소다. 특급 유망주는 구단이 일찌감치 미래 계획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마이너리거라고 하더라도 구단이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라면 곧 메이저리그에 그 선수의 자리가 마련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당장의 주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곧 '비켜줘야하는 자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구단이 어떤 포지션에 어떤 수준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김혜성은 "올해 프로야구 인기도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팬들도 워낙 많이 찾아와주셨다. 만약 내가 미국에 간다면 한국 팬들은 물론 오시는 분들이 있지만 한국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팬들이 응원해주시는 야구장에서는 당분간 야구를 못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올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대선배 류현진(한화)처럼 10년 이상 KBO리그 무대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거포는 아니지만 KBO리그에서 최고의 내야수로 맹활약했고 '국가대표 캡틴'까지 지낸 김혜성은 이제 더 넓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주목된다.(사진=김혜성)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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