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너무 못했다, 경질 당연…'브라질 귀화 7명'에도 충격패→UAE가 많이 참았다

용환주 기자 2025. 3. 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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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솔직히 못해도 너무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16강 쾌거를 일궈낸 뒤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으로 갔으나 2년도 되지 않아 경질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 얘기다.

밴투 감독이 한국에선 자신의 신념인 후방 빌트업을 고수하며 결국 성공을 이끌어낸 것은 맞다.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태극전사들 실력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국내 축구인들이 반대하는 전술을 밀어붙여 성공했다.

하지만 UAE에선 그런 벤투 감독의 뚝심이 전혀 나타나질 않았다. UAE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번달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UAE축구협회가 브라질 귀화 선수를 무려 8명이나 붙여줬음에도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완패했다.

그러더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른 북한과의 중립지역 경기에서도 간신히 이겼다. 결국 감독들이 잘려나가는 '죽음의 3차예선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UAE 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경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동권 영자 일간지 칼리지 타임스도 협회가 벤투 감독을 포함한 '벤투 사단'을 경질했다고 보도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22년 12월 끝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16강을 이끈 뒤 6개월 넘게 야인 생활을 했다. 그 사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 갈 것이다"를 소문에 휩싸였고, 아프리카 강호 가나, 유럽의 다크호스 폴란드 등 월드컵에 출전할 만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을 다시 맡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UAE였다. UAE는 지난 1990 이탈리아 대회에서 한국과 본선에 동반 진출한 뒤 36년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적이 없었다.

이번 2026년 대회부터는 본선 티켓이 총 48장으로 늘어났고, 그 중 아시아에 8.5장이 배정되면서 UAE도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을 가능성을 열어놓게 됐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보여준 리더십이 구현된다면 UAE의 본선 진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UAE는 3차예선에서 시종일관 비틀거렸다. 지난해 아시안컵 우승국 카타르를 두 번 모두 격파했고, 특히 홈에서 5-0으로 대파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카타르는 이번 3차예선에서 아시아 최강자의 면모가 아니었다. 25일엔 키르기스스탄에 1-3으로 충격패 당하기도 했다.

결국 A조 최강으로 불리는 이란,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면서 실력이 급성장한 우즈베키스탄을 따돌려야 했는데 두 팀과의 승부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이란에 두 번 모두 패했고 우즈베키스탄과도 한 번 격돌해 무릎을 꿇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예정보다 일찍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지난 20일 이란 원정 0-2 완패가 결정타가 됐다.

UAE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단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UAE축구협회는 이달 초 3월 A매치 2연전을 치를 선수단 27명을 발표했는데 이 때 브라질에서 UAE로 귀화한 루카스 피멘타, 마르코스 멜로니, 파비오 데 리마, 조나타스 산토스, 루앙 페레이라, 브루노 드 올리베이라, 카이오 루카스, 카이오 카네두가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이 중 조나타스 산토스와 카이오 루카스는 처음으로 UAE 대표팀에 소집된 경우였다. UAE는 이전에도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출신 귀화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곤 있었지만 이렇게 7명이나 포함된 경우는 없었다. 그 만큼 이란 원정에서 승점 1점이라도 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란의 선굵은 축구에 시종일관 고전한 끝에 유럽파 출신 간판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뛰는 모함마드 모헤비에 각각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 얻어맞고 패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귀화 선수들 7명이 선발로 3명, 조커로 4명 들어가 총력전을 펼쳤으나 결과는 맥 빠진 0-2 패배였고, 마침 우즈베키스탄이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이기면서 각 조 1~2위를 차지해 3차예선에서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UAE의 꿈이 현실화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에서도 UAE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UAE는 2무 6패로 A조 최하위인 북한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굉장히 고전했다.

지난해 10월 홈 경기에선 2-2로 비겨 승점 2점을 잃어버렸다. 2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립 경기에서도 북한의 거친 축구에 휘말려 1-1로 끌려다니다가 종료 직전 결승포가 터져 간신히 2-1로 이겼다.

북한을 이기긴 했지만 UAE축구협회는 6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홈 맞대결, 더 나아가 본선 티켓 2.5장을 놓고 6개국이 다투는 4차예선에서의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약기간 1년을 남겨놓고 벤투 감독과 휘하 코칭스태프를 모두 잘랐다.


현역 시절 포르투갈 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2002 한일 월드컵에 선수로 참가했던 벤투 감독은 이후 지도자로 변신 스포르팅 리스본을 거쳐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2012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개최했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놔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독일, 미국, 가나 등과 죽음의 조에 속한 끝에 조별리그 탈락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브라질 크루제이루,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중국 충칭 리판 등 전세계 여러 구단들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공석이었던 한국 대표팀에 지원해 4년3개월간 태극전사와 호흡하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이끌고 한국 축구를 사상 두 번째로 월드컵 원정 16강에 올려놨다.

UAE에서 한 번 더 아시아 축구와 인연을 맺고 자신의 3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꿈꿨으나 충격 경질로 마감하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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