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일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FA 영입 이면에 숨겨진 전략과 효과
한화가 스토브리그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유격수 심우준(29)과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한 데 이어 8일 우완 선발 투수 엄상백(28)과 4년 최대 78억원에 계약했다. 외부 영입 가능인원 2명을 모두 채우며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단순히 센터 라인 내야수와 선발 투수 한 명을 전력에 추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전력 강화 측면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굉장히 성공적인 영입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구단 운영에 깊숙히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FA 영입 전략에 있어 두가지를 강조한다.
■ FA는 상위팀에서 데려와야 한다.
지방 구단 경험이 있는 전 구단 고위 관계자는 “FA 영입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위 팀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두 가지로 기대된다. 상위 팀이 갖고 있는 팀 내부 문화 또는 전략의 흡수다. 그 팀이 갖고 있는 훈련 방식, 시즌 운영 등의 노하우가 함께 이전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팀의 전력 약화다. 가능하면 ‘타깃’으로 정한 팀의 전력을 한꺼번에 빼 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T의 핵심 전력 둘을 영입했다. 유격수 심우준과 선발 엄상백은 팀 전력의 기둥이나 다름없다. KT는 허경민 계약으로 내야 전력을 채웠고, 여전히 선발진에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핵심 전력이 빠져나간 것은 틀림없다.
한화는 이번 시즌을 8위로 마쳤다. 5위 KT와의 승차는 6경기였다. 한화의 새 시즌 목표가 최소 가을야구 진출이라면 가을야구에 오른 팀 중 하나 이상을 끌어내려야 한다. 상위 팀에서 FA로 풀린 선수를 데려오는 것, 그것도 핵심 전력 둘을 동시에 빼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KT가 최근 수년간 계속해서 가을야구에 올랐던 팀이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KT는 창단 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가 2019년 6위에 올랐고, 2020년부터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시즌 가을야구 팀 중 5년 연속 가을야구는 KT와 LG 두 팀밖에 없었다. 최근 흐름이 좋던 ‘강팀’의 핵심전력 2명의 유입은 팀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는데도 유효하다.
■ FA가 팀을 끓게 만들어야 한다.
지방 구단 운영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FA 영입에 있어 또 다른 원칙을 밝혔다. “FA로 영입한 선수가 팀을 항상 끓어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메기효과’다. 팀 내부에 자극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물’이 오래되면 팀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
한화는 리빌딩을 이어오면서 ‘고만고만한 경쟁’으로 팀 전체의 활력이 다소 떨어졌다. 경쟁의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쟤가 왜 나보다’라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는 장면이 많았다.
한화는 유격수 심우준과,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을 영입했다. 한화는 센터 내야진 구성이 완벽하지 않았다. 하주석, 정은원에서 이도윤, 황영묵으로 변화를 줬고 이 과정에서 정은원은 외야 전향 시도를 했다. 실험이 계속되면서 주전이 뚜렷하지 않았다. 심우준의 가세는 내야 경쟁에 또 다른 영향력을 준다.
심우준이 갖고 있는 주루 능력도 팀 전체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중반 취임 이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강조했다.
엄상백 역시 선발진을 뒤 흔든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상대 같은 넘버의 선발과 겨룰만한 존재가 뚜렷하지 않았다. 엄상백의 가세는 문동주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로도 기능한다. 엄상백의 올시즌 성적은 다른 팀의 ‘4선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야수들이 모여 있는 더그아웃과 투수들이 모여 있는 불펜을 모두 끓어오르게 만들 수 있는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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