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시바도 야스쿠니에 공물…신사 참배 첫 총리는 이 사람 [줌인도쿄]
일본 도쿄(東京) 구단시타(九段下)역에서 걸어가면 마주할 수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 매년 봄과 가을 열리는 행사(예대제), 그리고 일본이 세계 제2차대전에서 패한 날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이면 늘 이곳에 언론의 관심이 쏠립니다. 세계 제2차대전의 A급 전범을 합사해놓은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고위 정부 관료가 참배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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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의 첫 공물 봉납
지난 1일 제102대 일본 총리에 오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사문제에 있어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이시바 총리는 이날 직접 참배 대신 '비쭈기나무'(榊·마사카키)를 공물로 봉납했습니다.
이날 야스쿠니신사 앞에 세워진 비쭈기 나무엔 붉은 띠 장식과 함께 나무판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라는 이름이 같이 내걸렸는데요. 같은 날 오후 총리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예전대로 참배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이긴 합니다.
사실 이시바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 팽배했었는데요. 종교적인 이유(기독교인)도 있지만 역사문제에 대해선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강성인 다카이치에 비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직접 참배하진 않았지만, 전범을 신격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5만엔(약 45만원)에 상당하는 공물을 바친 데 대해 한국 외교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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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의 참배 언제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총리가 찾아 참배하기 시작한 건 1985년부터입니다. 패전 40주년을 맞아 8월15일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당시 총리가 각료들을 이끌고 공식 참배를 한 겁니다. “패전의 자학적 사관을 버리자”는 그의 행동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외교문제로 비화하면서 그는 이듬해부터 참배하지 않았지만 자민당 내에선 “참배하지 않으면 주권국가의 권위를 잃게 된다”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죠.
그의 ‘전례’를 뒤이은 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전 총리입니다.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참배를 내걸기도 했는데, 주변국 반발에도 2001년부터 2006년에 걸쳐 참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패전일에 참배한 건 2006년의 일인데, 미국 외교전문지는 고이즈미의 참배로 미국 의회 연설이 좌절됐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참배는 ‘외교적 리스크’였던 겁니다.
아베의 참배 그리고
건강상 이유로 물러난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봉납으로 대신한 건데요. 코로나19 대응 미숙으로 물러난 그의 뒤를 이은 온건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같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외교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단 의미입니다.
이시바 총리의 과제들
사실 이시바 총리가 직면한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습니다. 오는 27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스쿠니신사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직 총리들의 ‘공물’ 전례가 있지만 선거가 열흘 앞이기 때문이죠. 오랜 비주류 출신인 그로선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선 자민당 단독으로 반수(233석)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자민당 골수 지지층도 감안해야 했을 겁니다.
지지통신이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8%라는 지지율이 나온 것도 그렇습니다. 2000년 들어 출범한 역대 정권 가운데서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한 겁니다. (참고로 일본 언론 여론조사 가운데 지지통신의 조사 수치가 항상 제일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시다 정권 발족 직후(40.3%), 스가 정권 발족 직후(51.2%)보다도 현저히 낮은 겁니다.
뿐만 아닙니다. 외교 문제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미·일지위협정 개정, 미국과의 핵공유까지 방위·안보 면에서 강성인 이시바 총리가 과연 중의원 선거를 넘어, 외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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