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67] 격차 없는 세상은 오지 않아
“동무들!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이나 특권 의식에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우유와 사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싫어합니다. 동무들, 농장의 모든 관리와 조직이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밤낮으로 여러분의 복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것도 바로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돼지들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면 존스가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존스가 돌아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 조지 오웰 ‘동물 농장’ 중에서
외모, 재능, 환경의 차이는 개인의 힘이자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차이를 격차로 규정하고 그 간격을 없애야 이상적인 사회가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외치는 격차 없는 사회란 무엇일까?
모두가 학군 좋은 강남에 살며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수입차를 타고 대기업에 다니는 세상을 뜻할까? 수십,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국회의원들처럼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을 누리며 425만원의 명절 휴가비와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걸까? 아들은 특혜 지원, 사위는 특혜 채용, 딸을 위한 제주도 별장 구입과 5000만원 송금도 가능해진다는 것인가?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격차 없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야당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재선거 지역 주민에게 분기별로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여당도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신설, 다양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으로 인심 쓸 뿐, 자기 주머니를 털어 국민과 나눌 것도 아니면서 똑같이 잘살자는 외침은, 폭군에게서 배고픈 동료들을 지켜낼 힘이 필요하다며 자기들만 우유와 사과를 먹겠다는 돼지들의 뻔뻔한 변명과 무엇이 다를까?
차별 없는 사회를 바랐지만 더 심화된 불평등 속에서 살게 된 동물 농장처럼, 모두가 잘사는 사회란 권력층을 제외한 일반인은 점점 더 못사는 사회, 감시와 억압 속에서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사회로 귀결된다. 그 결과 이미 실패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로의 퇴행을 재촉할 뿐이다. 그런데도 격차 없는 사회 실현이라는 정치 구호는 일부 대중에게 ‘나도 저들처럼 잘살 수 있다’는 거짓된 환상을 심어준다. 무능한 정치가 ‘평등’을 남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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