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2D 애니 ‘룩백’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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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위력이 담긴 화려한 볼거리의 스리디(3D) 애니메이션도 아니다.
'룩백'을 수입·배급한 메가박스중앙 관계자는 "수입할 때 짧은 러닝타임이 다소 우려되긴 했으나 특색 있는 작화와 연출이 마니아층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감성 애니메이션이라 승산 있다는 판단으로 개봉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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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위력이 담긴 화려한 볼거리의 스리디(3D) 애니메이션도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같은 고급스러운 ‘네임택’도 찾아볼 수 없다. 짱구나 코난처럼 때 되면 찾아오는 반가운 캐릭터들도 없다. 심지어 1시간도 채 안 되는 상영시간의 중편 작품인데, 그 짧은 시간에 예기치 못했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객석을 휘감는다. 영화가 끝나면 주인공이 등을 보이며(룩 백) 책상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마치 정지화면처럼 나오고, 그 위로 엔딩크레디트 자막이 다 올라가고 화면에 암전에 내려앉을 때까지 일어나는 관객이 거의 없다. 개봉 18일 만에 2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조용히 흥행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룩백’이다.
지난 5일 메가박스 단독으로 개봉한 ‘룩백’은 흔들리고 겹쳐 그린 펜선의 손맛이 살아있는 투디(2D) 애니메이션으로, 만화가를 꿈꾸는 두 소녀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다크히어로를 내세운 코믹 호러물 ‘체인소 맨’을 그렸던 작가 후지모토 다쓰키가 143쪽 분량으로 완성한 단편을 오시야마 기요타카가 각색·연출을 맡아 스크린으로 옮겼다. 지브리의 주요 작품들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강철의 연금술사’ 등 인기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오시야마의 첫 극장 개봉 연출작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를 꿈꿨던 원작자는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만화를 그렸다. 주인공 ‘후지노’와 ‘쿄모토’는 작가의 성 ‘후지모토’에서 딴 이름이다. 작가가 “내 안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표현한 후지노는 학교 신문에 네컷 만화를 그리고 칭찬받는 재미로 살아가는 초등학생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그림만 그리는 동급생 교모토가 그린 네컷 만화의 빼어난 일러스트에 충격을 받은 후지노는 쿄모토를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지만 도저히 꺾을 수 없어 졸업 직전 연재를 중단한다. 졸업장을 갖다 주라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교모토 집에 가서 마침내 만난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룩백’은 58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두 소녀의 우정과 갈등과 결별, 비극적 사건을 담는다. 예상과 달리 이야기의 속도감은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되레 느리다. 열등감으로 좌절해 만화를 포기했다가 쿄모토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 못한 후지노가 비 오는 논길을 힘차게 달려가는 장면을 1분30초 동안 롱테이크처럼 묘사하는 등 감정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장면도 비극이 벌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한참 뒤, 어린 시절 둘이 함께 그리고 먹고 자던 추억이 스틸 사진처럼 천천히 무심하게 넘어갈 때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원작과 영화 연출이 빚어내는 경이로운 순간들이 58분간 여러번 펼쳐진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이 9.15에 이르는 등 ‘극호평’ 일색이다.
‘룩백’을 수입·배급한 메가박스중앙 관계자는 “수입할 때 짧은 러닝타임이 다소 우려되긴 했으나 특색 있는 작화와 연출이 마니아층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감성 애니메이션이라 승산 있다는 판단으로 개봉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쪽은 높은 좌석판매율에 힘입어 장기 상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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