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해저 가스관 ‘노드 스트림’ 폭파, 우크라가 했다?...새 정황 나와
독일 검찰이 2022년 9월 발생한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 ‘노드 스트림’ 폭파에 관여한 혐의로 우크라이나 다이빙 강사에 대한 체포 영장을 최근 발부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미스터리로 불렸던 당시 폭파 사건의 전말이 2년 만에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운반하던 노드 스트림 파이프라인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이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당 작전은 폭파 4개월 전 우크라이나 군 고위 장교와 사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드 스트림을 파괴하자는 제안이 나온 데서 시작됐다.
WSJ은 우크라이나 장교 등 4명을 인용해 당시 작전엔 50피트 크기의 레저용 임대 요트와 훈련된 민간 잠수부 등 6명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유람선을 탄 친구들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민간 여성 다이버 한 명도 참여했다. 작전 자금은 약 30만 달러(약 4억원)로 기업인이 지원했고, 특수 작전 경험이 있는 장군이 감독하는 ‘민관 파트너십’으로 진행됐다.
이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구두로 승인했으나, 네덜란드 군사정보국(MIVD)이 이를 인지해 미 중앙정보국(CIA)에 알렸고, CIA는 젤렌스키에게 작전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에게 작전 중단을 명령했으나, 잘루즈니는 젤렌스키에게 “일단 파견된 공작팀은 연락이 두절됐고,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중단 명령이 나온 후 잘루즈니는 오히려 로만 체르빈스키 등 우크라이나 특수 작전 장교 중 일부를 모집했다고 한다.
결국 그해 9월 덴마크 보른홀른 섬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세 번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고,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가 방출됐다. 이로 인해 해수면 아래 260피트 이상에서 700마일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는 4개의 도관 중 3개가 파괴됐고, 이후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독일은 지금도 액화천연가스나 LNG용 해상 터미널을 임대하기 위해 하루에 약 1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이후 2년 간의 조사를 통해 작전에 관여한 이들의 지문과 DNA샘플 등을 확보했다. 작전 관여자들이 임대 보트 세 척을 소홀히 해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6월 독일 검찰은 폴란드에 살고 있던 우크라이나 다이빙 강사 ‘볼로디미르 Z’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한 독일 관리는 “우리가 막대한 무기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국가에 의해 우리의 중요 인프라가 폭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폴란드 장교들이 지난달 초 볼로디미르 Z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로 떠난 뒤였다. 현재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인 잘루즈니는 WSJ에 이 작전과 관련,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 베를린 주재 러시아 외교관도 이에 동조하며 독일의 조사 결과에 대해 “그림 형제의 이야기에 걸맞는 동화”라고 일축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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