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독점 SK하닉 vs 추격하는 삼성전자… 펀드매니저들에게 뭐 살지 다시 물었다

전준범 기자 2024. 8.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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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11명에게 같은 질문 던졌을 땐
SK하이닉스(6표)가 삼성전자(5표) 이겨
그새 AI 거품론 등장하고, D램 가격 상승
13명에게 다시 물어보니 이번엔 삼전 승리

조선비즈는 약 2개월 전 국내 주식 투자 전문가 11명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가운데 투자 매력도가 더 높은 종목을 꼽아달라고 했다(관련 기사☞ 많이 오른 SK하닉 vs 안 오른 삼성전자… 대표 펀드매니저들에게 뭐 살지 물어봤다). 당시엔 SK하이닉스가 6표로 삼성전자(5표)를 살짝 앞섰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8월 현재에도 전문가 시선은 같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건 아니지만, 그사이 여러 이슈가 있었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함께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받았고, D램 가격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인다. 7일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관련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삼성전자가 보도 내용을 부정했으나, 주식시장은 ‘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즉 2개월 새 SK하이닉스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만한, 삼성전자에는 우호적인 이벤트가 발생한 셈이다. 개인 투자자로선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 매력도가 더 높은 종목은 어느 쪽일까. 고민하는 개미를 위해 전문가 13명에게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지금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한 종목을 사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종목을 고르시겠습니까?” 투자 고수들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일러스트=손민균

◇ “레거시 반도체 상승세… 경기 우려엔 안정적인 삼성전자”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는 삼성전자 7표, SK하이닉스 6표로 삼성전자가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를 꼽은 이들은 D램 등 레거시(전통) 제품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세, 경기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안정성 우위 등을 선택 사유로 들었다.

한 전문가는 “올해 하반기 반도체 투자 포인트를 ‘레거시 수요의 반등’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두 회사 모두 1Bnm(10나노급 5세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목적은 다르다”며 “SK하이닉스는 1Bnm을 HBM에, 삼성전자는 범용(commodity) D램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상반기까지 시장은 40% 넘는 수익성의 HBM에 집중했으나, 하반기엔 범용 D램 마진도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도 “시장 점유율 1위인 레거시 제품의 마진이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사양 반도체 외 레거시 반도체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턴어라운드 가시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레거시 반도체 이익 민감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경제를 둘러싼 침체 공포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증시 변동성도 높아질 것 같다”며 “이런 환경에선 다양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주력하는 SK하이닉스보다 투자 관점에선 안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도 1.3배 수준으로 과거 평균 대비 저평가 상태”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결국 HBM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외신의 품질 테스트 통과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삼성전자 HBM3E 8단의 시장 진입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며 “12단부터는 삼성전자의 TC-NCF 방식이 더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 했다. TC-NCF는 HBM 적층 과정에서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이다.

조선 DB

◇ “낙폭 과대 SK하이닉스 가격 더 매력적… HBM 선점 무시 못해”

SK하이닉스 주식을 사겠다고 한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HBM 시장 선점 효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주가 낙폭이 삼성전자보다 크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 뒤를 쫓는데, 수율과 마진이 잘 나오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HBM1·2 시장을 전혀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HBM3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HBM 시장에서 자리를 빨리 잡게 된다면 그만큼 시장 포화도 빨리 올 수 있고, 이는 HBM 시장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게 될 확률이 높다”며 “삼성전자로선 HBM이 잘 돼도 문제고, 잘 안돼도 문제인 상황에 갇혀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전문가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큰 틀에서 경쟁 구도는 바뀐 게 없다”며 “엔비디아의 주요 제품군 중 일부가 연기되거나 변경된 부분은 있으나 거기에 들어가는 HBM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한다는 점은 쉽게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조정장에서 SK하이닉스의 낙폭이 더 컸던 사실을 언급한 전문가도 있다. 한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급락 후 단기(1~2주)에는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던 종목부터 반등 강도가 세게 나타난다”며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고점 대비 저점까지 -39%, 삼성전자가 -19.5%를 기록했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률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매니저는 “2개월 전 설문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폭락장을 한 번 거쳤고, 시장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몰려있는 게 문제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라며 “수급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기에 단기 모멘텀 투자 관점에서는 낙폭 과대주인 SK하이닉스가 여전히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설문에 참여한 분들(가나다순)

▲김동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팀 매니저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김홍석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국내주식운용팀 차장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이찬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익명으로 2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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