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선수 일방적 응원에도 “재밌다”...30분만에 8강행 확정한 안세영
3일 오후 3시30분 8강전
메달압박·무릎부상 후유증에
첫경기 컨디션 좋지 않았지만
긍정 마인드·여유 되찾으면서
세계 1위 걸맞은 경기력 회복
◆ 2024 파리올림픽 ◆
1일(한국시간 기준)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안세영은 치쉐페이(프랑스)를 2대0(21대5 21대7)으로 꺾었다.
조별 예선에서 2승을 거둔 안세영은 무난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세계 랭킹 1위는 1번 시드를 받는다. 1번 시드에게 주어지는 부전승으로 그는 8강에도 자동으로 선착하게 됐다.
세계 랭킹 53위 치쉐페이와의 경기에서 안세영은 기량 차이를 완벽하게 입증했다. 그는 1게임에서만 네 배 이상의 점수 차를 벌리면서 14분 만에 상대를 제압했다.
2게임도 16분 걸렸다.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올림픽 무대에서 단 30분 만에 승리를 따낸 셈이다.
치쉐페이의 국적이 홈팀 프랑스인만큼, 경기 내내 일방적인 응원전이 지속됐다. 하지만 안세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적은 처음이었는데, 재밌었다”며 웃어넘겼다.
첫 경기만 해도 어두운 표정을 짓던 그녀의 얼굴은 점차 자신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승리 후 포효는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관중석으로 손을 쭉 뻗는 세리머니를 할 땐 강한 에너지가 관중들에게 전달됐다.
경기 결과만 보면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무난하게 금빛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안세영은 메달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어서 “생각을 조금 바꾸고, 여유롭게 하려고 하니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 순간 제가 꿈꾸던 무대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달 28일 열린 코비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와의 1차전에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결과는 2대0(21대15 21대11) 완승이었지만, 평소 1인자로서의 경기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올림픽 이전에 치른 가장 최근 경기가 7주 전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전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실전 무대가 없었던 탓이다.
부상 위험도 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추가 부상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안세영은 테이핑을 한 후 경기에 나서고 있다. 부상 통증 때문이 아닌 예방 차원에서다.
무엇보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에 실전 감각도 떨어져 보였고, 범실도 자주 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치른 만큼 당시 경기 후 안세영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후에도 복잡미묘한 심정을 내비쳤다.
당시 안세영의 눈가는 촉촉했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긴장을 많이 해서 많이 헤맸다”며 “실력의 70%도 발휘하지 못해 부끄럽다. 점점 나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 배드민턴 세계 최강자인 만큼, 그는 역경을 빠르게 이겨내고 있다. 대회를 치러가면서 겪는 성장통인 셈이다. 부담감을 좋은 자극으로 받아들여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실제 안세영은 현재 스스로의 몸 상태를 “좋아도 너무 좋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몸이 너무 좋은데, 상대의 셔틀콕 속도가 느렸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부상 관련해서도 “괜찮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제 그가 목에 금메달을 걸기까진 단 3승만 남았다. 안세영의 8강전은 3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된다.
대회 전 안세영의 강력한 경쟁자론 3명이 지목됐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랭킹 6위), 천위페이(중국·2위), 타이쯔잉(대만·3위)이 그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타이쯔잉은 랏차녹 인타논(태국·21위)에게 0대2로 져 예선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바로 옆 코트에서 미아 블리슈펠트(덴마크)를 2대1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사실 안세영은 천위페이에 대해선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천위페이를 만났고,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개막 전 출사표를 던지면서 안세영은 “귀국할 땐 샴페인을 흔들면서 들어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따내 승리의 달콤한 맛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안세영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여자 단식·여자 단체)에 올랐다. 이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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