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이 트인 신유빈의 유튜브 분석법, 히라노와 맞대결도 통했다…중국 천멍과 결승 다툼[파리 올림픽]

황민국 기자 2024. 8.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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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두 팔 올리고’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하며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4.8.1 hama@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유빈(20·대한항공)의 눈부신 재능은 복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기를 보는 ‘눈’이 트인 신유빈이 2024 파리 올림픽 혼합 복식에 이어 개인전 메달에 한 걸음만 남겨 놓았다.

신유빈은 1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개인전 8강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를 4-3(11-4 11-7 11-4 7-11 8-11 9-11 13-11)로 힘겹게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신유빈은 개인전 4강에 진출해 혼합 복식 동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신유빈이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따낸다면 2004 아테네 올림픽(유승민 금메달·김경아 동메달) 이후 첫 사례다.

신유빈이 8강에서 만난 히라노는 호적수로 불린다.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에선 신유빈 8위, 히라노가 13위로 큰 차이가 없다. 상대 전적에서도 1승1패로 박빙이다. 신유빈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 한·일전에서 패배했던 터라 설욕의 무대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마침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전 첫 상대였던 멜리사 테퍼와 맞대결에서 30분 만에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16강까지 모든 경기를 평균 35분대에 매조지하고 있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54)은 신유빈이 경기를 보는 ‘눈’을 뜬 것이 원동력이라 평가한다. 예전에는 지도자들이 직접 게임 플랜을 짜줬다면 이젠 스스로 상대를 분석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경지로 올라섰다.

신유빈은 유튜브 영상으로 상대의 특징을 짚어낸 뒤 1~2시간의 훈련으로 공략법을 완성하는 자신 만의 패턴을 갖고 있다. 보통 다른 선수들이 분석원이 편집한 영상을 바탕으로 세세한 경기 플랜을 짜는 것과 다르다. 신유빈은 “너무 깊게 들어가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느낌”이라면서 “같은 영상을 여러 번 본다고 경기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플레이”라고 강조했다.

신유빈은 히라노와 맞대결에서도 맞춤 공략을 자신했는데, 경기 초반 그 효과가 잘 확인됐다. 신유빈은 히라노가 낮게 깔리는 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파악해 첫 게임을 11-4로 가져갔다. 당황한 히라노가 가운데를 의식하도록 유도한 뒤 좌우를 흔드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위기는 있었다. 신유빈은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작전 시간을 요청했던 히라노의 거센 반격에 휘청였다. 순조롭던 경기가 거짓말처럼 꼬이면서 4~6게임을 내리 내줬다. 다행히 신유빈의 뒤에는 ‘탁구 도사’ 오 감독이 있었다. 2016년까지 일본 여자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경험을 살린 오 감독의 족집게 벤치 전략의 도움을 받은 신유빈은 마지막 7게임에서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특히 11-11 동점 상황에서 상대 실수로 2점을 잡아내면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유빈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리장성’을 만난다. 중국의 천멍(4위)과 2일 오후 8시 30분 4강 맞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여자 선수로는 개인전 첫 결승 진출이 된다. 천멍이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최강자라는 점에서 쉬운 승부는 아니다. 신유빈은 올해 3월 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천명과 처음 만나 1-4로 패배한 바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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