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가 SNS 폭동을 일으켰다"…'걸크러쉬' 엄마 사수 인기 폭발→머스크 이어 CNN도 반했다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엄마 사수' 김예지(32·임실군청) 인기가 폭등하자 외신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매체 'CNN'은 31일(한국시간) "한국 사격 선수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김예지는 지난 28일 프랑스 샤토루 국립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241.3점을 기록해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올림픽 신기록(243.2점)을 세운 19세 총잡이 오예진(IBK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김예지는 전날 열린 예선에서 5위를 차지해 상위 8명만 향할 수 있는 결승에 올라갔다. 오예진도 2위를 기록하며 함께 결승 무대에 섰다.
결승에선 우선 8명의 사수가 10발씩 똑같이 쏜다. 결승에서의 한 발 만점은 10.9점으로 10발을 합치면 만점이 109점이다. 여기서 오예진이 101.7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김예진이 101.5점으로 불과 0.2점 뒤져 2위에 올랐다.
이후부턴 사수마다 2발씩 쏴 한 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전날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베로니카 마조르(헝가리)가 8명 중 가장 먼저 탈락,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오예진과 김예지는 우직하게 표적만 바라봤고 그러는 사이 경쟁자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이 종목 동메달, 10m 공기권총 혼성에서 금메달을 따낸 사격 강국 중국의 장량신이 6위로 탈락하는 일도 일어났다.
결국 오예진과 김예지 그리고 마누 바케르(인도)까지 3명만 남았는데 여기서 김예지가 기적 같은 승부를 연출했다. 금메달 결정전까지 한 발 남은 상태에서 김예지가 바케르에 0.1점 뒤졌고, 여기서 바케르가 10.3점을 찍었는데 김예지가 10.5점을 쏴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 두 발을 남겨놓고 한국 여자 총잡이 둘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다투는 환상적인 장면이 이뤄졌다. 오예진은 0.8점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두 발을 10.0점, 10.6점에 꽂아넣어 금메달을 가져갔다. 김예진은 9.7점. 9.8점을 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예진과 긴장감 넘치는 경쟁 끝에 값진 은메달을 딴 김예진은 이후 SNS 스타가 됐다. 수많은 해외 누리꾼들이 김예지가 사격하는 장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매체는 "김예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세계 기록들을 깨며,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이다"라며 "그녀의 모자와 미래지향적인 안경은 경쟁이 치열한 사격계에서 단지 기능적인 장신구일 뿐이지만, 런웨이에서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SNS에 퍼진 건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김예지 선수의 경기 영상이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조회수가 700만회를 넘었고 새로운 팬도 늘어났다"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SNS에 올린 김예지의 사격 장면은 조회수가 무려 3400만회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 게시글에 테슬라 오너이자 세계적인 부호 일론 머스크가 "김예지는 액션 영화에 캐스팅돼야 한다. 연기는 필요 없다"라고 댓글을 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예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에 대해 CNN은 "영상 속에서 김예지는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으며, 사격용 안경을 통해 과녁을 응시하고 있다"라며 "사격용 안경은 선수들이 과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특수 안경이지만, 마치 공상과학 영황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총을 쏘고 거의 반응하지 않다가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라며 "그녀는 안경 렌즈를 위로 올려 카메라를 직접 응시한 다음, 근처 화면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다"라며 김예지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많은 팬을 만들었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표정뿐만 아니라 검은색 재킷, 신발, 그리고 시합을 하는 동안 주머니에 걸려 있던 코끼리 인형 등을 칭찬했다"라고 전했다. 김예지가 경기 중 허리에 매들은 코끼리 인형은 여섯살 난 딸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예지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직후 걸크러시의 모습보다는 착하고 선한 엄마, 선배의 모습을 전해 화제가 됐다.
김예지는 비교적 늦게 꽃을 피우 케이스로도 꼽힌다. 그는 사격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됐을 때를 꼽았다. 김예지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뒤 슬럼프가 왔지만 훈련과 체력 단련을 통해 이겨냈다"며 지금이 인생 최고의 시기임을 전했다.
이어 "딸이 유치원 가서 엄마가 올림픽 나간 거 자랑할 거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 딴 것도 자랑할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 하기도 했다. 딸에게 한 마디 남겨달라는 말에는 잠시 크게 호흡하더니 "엄마도 여기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도 거기서 할 것 잘하면서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 항상 사랑해"라고 말을 이어갔다.
후배 오예진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패한 것에 대해서도 의연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같은 한국 선수와 경기해서 누가 1등이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들었다. 제가 1등이면 더 좋았겠지만, 예진이가 금메달 따서 기쁘다"며 "금메달을 놓쳐서 아쉽긴 해도, 아직 일정이 남았다. 오늘 예진이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고 후배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또 "아무래도 난 나이가 많다 보니까 예진이처럼 어린 선수가 앞으로 사격계를 잘 끌어 나갔으면 한다. 그래서 사격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예진이가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요소들로 인해 김예지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영국 'BBC 스포츠'도 31일 SNS을 통해 "한국의 사격 선수 김예지는 올림픽에서 가장 멋진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팬들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김예지가 사격하는 장면을 계속 보고 싶어해 그녀의 경기 일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김에지는 여자 10m 공기권총뿐만 아니라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도 참가했다. 다만 조영래와 호흡을 맞춰 참가한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는 예선에서 전체 7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예지는 이제 여자 25m 권총에 참가한다. 여자 25m 권총 예선은 2일 오후 4시부터 예선전을 시작하는데, 해당 종목은 김예지의 주종목이라 메달 획득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예지는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24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여자 25m에서 42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이 바로 김예지가 바쿠 월드컵에서 세계신을 세우며 우승할 때의 영상이다.
김예지와 다른 한국 선수 양지인이 출전하는 25m 권총은 여자 선수 전용 종목이다.
본선 경기는 크게 완사 30발과 급사 30발로 나뉜다. 먼저 완사는 5분 내로 5발을 쏘는 게 한 시리즈이고, 총 6번의 시리즈를 치른다.
급사는 표적이 3초 동안만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7초가 지나면 다시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표적이 나타난 3초 이내에 사격을 마치고 7초 동안 대기하다가 다시 3초 동안 사격해야 한다.
본선의 완사와 급사 모두 30발씩 사격해 총 60발을 쏘고, 1발당 10점이라 만점은 600점이 된다. 본선 8명의 선수는 결선에 진출해 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결선은 모두 급사 방식으로 치른다. 8명의 선수는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3시리즈 15발을 쏘고, 이후 5발을 쏠 때마다 최하위가 한 명씩 탈락한다. 이때 표적지에 10.2점 이상 맞혔을 때만 히트(HIT)를 인정해 1점을 얻고, 10.2점 미만이면 0점 처리된다.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총 3개 종목에 출전하는데 출국 전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값진 은메달을 하나 쥐면서 한국 사격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제 마지막 주종목에서 메달 하나 더 따내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한국 사격은 지난 29일 고교생 사수 반효진이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초반 사흘간 금2 은2을 따내면서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의 아픔을 지웠다.
우선 대회 첫날인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박하준-금지현이 은메달을 따냈다. 24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면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이튿날에도 한국 사격이 저력을 발휘했다.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 나선 오예진과 바로 머스크가 반한 주인공 김예지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반 수확한 것은 2012 런던 올림픽 50m 권총 진종오(금)-최영래(은) 이후 12년 만의 쾌거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 아픔을 지운 쾌거다.
다만 이후엔 메달이 나오질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10m 공기권총 혼성에서 이원호-오예진 조가 동메달 결정전에 올랐으나 인도 조에 패하면서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사격 일정 후반기 메달을 다시 거둬들일 종목으로 김예지가 출전하는 여자 25m 권총을 꼽고 있다. 많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김예지가 주종목에서 금빛 사격을 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BBC 스포츠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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