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 밝혀진 ‘시청역 역주행車’ 진실…브레이크, 전자식 아닌 유압식 [왜몰랐을카]
‘급발진 가능성 70%’ 반박에 또 반박
브레이크, 전자식 아닌 유압식이었다
자동차 급발진 논란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실체는 있지만 명확하게 결론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에서 뜨거운 논쟁만 일으킨다.
지난 1일 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놓고 가해차 운전자 차모(68)씨가 ‘100%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폐쇄회로(CC) TV 등에 찍힌 사고 영상을 본 전문가들의 의견은 ‘가능성이 낮다’에 무게를 뒀다.
반면 ‘급발진 가능성이 70%에 달한다’는 전문가 반박이 이어졌다. 이에 급발진 의심 주장 근거를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급발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재반박이 다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급발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일부 전문가는 가해차에는 전자식 브레이크가 장착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유압식 브레이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역 역주행 참사 직후 급발진 가능성을 낮게 본 전문가는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다.
염 교수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현장에서 급발진했다면 급가속이 이루어지고 차량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가해차가 속도를 낮춰 서서히 정지하는 영상을 봤는데 급발진 상황에서는 희박한 경우”라고 밝혔다.
염 교수는 이어 “차량이 크게 파손돼 차량이 동력을 상실해 멈췄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지만, (CCTV 영상에선) 파손 상태가 심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처음에 역주행으로 진입을 해버렸기 때문에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당황한 상태에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앞으로 CCTV나 블랙박스 EDR 자료를 면밀하게 봐야 한다”면서도 “일단은 운전자 과실은 3, 자동차 제어 문제가 7이라 본다”고 급발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 명장은 “(사고를 낸) 2018년(형) 제네시스(G80)는 긴급제동장치에 문제가 있어 리콜을 받았다”며 “운전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긴급제동장치가 작동됐으면 저렇게 사고가 안날 수 있는데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레이크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아 급발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들이 제동등을 얘기하는데 다른 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불이 들어오지만 저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컴퓨터(ECU, 차량 전자제어장치)가 브레이크 등을 켜줄거냐, 안할 거냐 결정한다”고 밝혔다.
박 명장은 “만약 얘(ECU)가 당시에 이상이 있었다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안 들어올 수 있다”며 “제동등만 가지고 브레이크 밟았다, 안 밟았다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박 명장은 “저 차의 브레이크는 기존 브레이크하고 다르다”며 “기존의 유압 브레이크가 아니라 전자제어를 컴퓨터가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 작동이 안됐다가 접촉 사고가 난 다음에 다시 정상으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사고기록장치인 EDR에 나온 자료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DR은 사고 5초 전부터 운행 속도, 조향각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자동차 운행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장치로 여겨진다. 경찰은 EDR 분석 결과 운전자가 사고 직전 액셀 페달을 90% 이상 밟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명장은 “지금까지 나왔던 EDR 자료를 보면 운전자들이 긴 시간 동안 여러 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거기(EDR) 기록에는 맨날 안 밟았다고 나와 신뢰성에 문제가 좀 있다”며 “CCTV, 블랙박스 영상과 EDR 데이터와 비교하면 너무 다른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결론이 언제쯤 나올 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한두달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나왔던 것 가지고는 안 되고 엑스레이 검사, EDR 이슈, 엑셀 포지션 센서, 스로틀 바디, 그 다음에 브레이크 시스템도 전자 브레이크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세밀하게 검사해야 한다”며 “시스템의 알고리즘 문제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팩트 중심으로 정리해보겠다”며 브레이크 램프, EDR, 전방충돌방지보조장치 등에 대한 의견을 게시했다.
이 교수는 “브레이크 램프는 ECU를 통해 켜지므로 ECU가 고장나면 램프가 안들어온다는 의견을 본 듯하다”며 “브레이크 스위치와 램프는 전선으로 연결돼 ECU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이 램프는 시동이 꺼져 있을 때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작동한다”며 “ECU와는 상관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EDR은 신뢰할 수 있는 장치라고 밝혔다. 그는 EDR의 기능에 대해 “사고 시점 이전 5초 간의 주행데이터를 0.5초 간격으로 저장한다”며 “오류가 날 경우,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전송하면 EDR에는 에러데이터라고 표기돼 저장된다”고 올렸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에서 EDR이 잘못됐다고 인정된 케이스가 없다”며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의 프레임 수나 차선 길이 등을 분석해 나온 속도와 EDR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다면 EDR을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서 EDR 오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류라면 기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기록이 반대로 저장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액티브 후드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액티브 후드는 보행자 충돌 때 후드(보닛)을 들어 올려 보행자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부상 정도를 낮춰주는 안전 시스템이다.이 교수는 “이 기능은 시속 25~50km에서 충돌 각도·힘을 고려해 작동한다”며 “이번 사고처럼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FCA는 주행 도중 전방의 거리감지 센서에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가까이 있다고 인식되면 차량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브레이크에 제동을 건다.
현재 판매되는 제네시스 G80에는 FCA가 기본 사양이지만 가해차와 같은 2018년형 2세대 제네시스 G80이 판매될 때는 선택 사양이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4일 “가해자가 운전한 차량에는 FCA가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FCA가 장착되지 않았다면 ‘긴급제동장치 문제로 리콜받은 차’라는 근거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해당 차량의 경우 긴급제동장치 문제로 리콜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해당 차종에는 급발진 의심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된 ‘전자식 브레이크’가 아닌 유압식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전자식 브레이크라 하더라도 마지막 제동력은 유압으로 발생시킨다.
현대차 측은 FCA 적용 여부와 유압식 브레이크 장착 등과 관련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급발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는 전문가들은 버스 운전 경력 40년 이상인 베테랑 운전자가 ‘풀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여긴다.
버스회사 측은 차씨가 ‘무사고 경력자’라고 밝혔다. 그의 아내도 사고 직후 ‘남편은 베테랑 운전자’라고 강조했다.
베테랑 운전자라고 사고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경력이 많은 무사고 운전자도 순간의 실수로 당황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해당 제네시스 G80이 사실상 매년 보험처리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차씨 아내 소유로 부부가 함께 모는 G80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6회에 달하는 교통사고로 보험처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사고 이력은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에서 조회할 수 있다.
보험처리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번, 2020년에 2번, 2021년에 2번 발생한 것으로 나왔다.
상대차 피해는 13회 발생했다. 차씨 측이 부담한 상대차 수리(견적) 비용은 668만1847원으로 집계됐다.
이호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급발진 의심 사고와 달리 이번 사고의 경우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들로 분석해볼 때 차량 결함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EDR과 블랙박스 영상 등 기존 증거들을 크로스 체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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