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매만 4만 명 넘긴 서울국제도서전 [활자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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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정부와의 갈등 때문에 지원이 뚝 끊기면서 출판계에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서울'에서도 못 열리고 '국제'적이지도 못한, '일산국내도서전' 혹은 '파주국내도서전'이 될 거라는 '웃픈' 농담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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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불화 속에서도 사전예매 최고치
정부-출판계 그간 앙금 얼른 털어내자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26일, 그러니까 다음 주 수요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립니다. 이번 주제어는 'Houyhnhnm'이랍니다. 이걸 발음하려면 JYP의 '공기 반 소리 반' 창법이 제격 같습니다. 글로 적으려면 더 난감합니다. 기억을 대충 더듬어봐도 짧게는 '휘넘' '휴넘'에서부터 길게는 '휴이흐흐음'까지 여러 버전을 본 것 같습니다. 이번엔 '후이늠'으로 정리됐더군요.
이 기괴한 단어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유명한 18세기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나왔습니다. 걸리버 여행지 중 하나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말(馬)들의 세상이었고, 그곳에서 말들은 스스로를 'Houyhnhnm'이라 불렀답니다.
말을 하는 말들이라니,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 울음소리를 떠올려보면 저 단어는 의외로 잘 만들어졌다 싶긴 합니다. 스위프트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말들의 세계를 창조해 낸 건, 아마 거짓과 탐욕에 뒤덮인 인간 세상을 비판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한국 출판계 대표행사라는 서울국제도서전. 지난 한 해 아찔했습니다. 정부와의 갈등 때문에 지원이 뚝 끊기면서 출판계에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서울'에서도 못 열리고 '국제'적이지도 못한, '일산국내도서전' 혹은 '파주국내도서전'이 될 거라는 '웃픈' 농담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규모는 일부 줄었지만 다행스럽게 '서울'과 '국제'는 지켰고, 더 다행스럽게도 유료 입장권을 미리 사는 사전예매 인원이 최소 4만 명에서 최대 6만 명이 될 거라고 합니다. 2021년 코로나19 직후 열린 도서전의 사전예매가 2만 명이어서 화제였는데, 그때보다 2, 3배 정도 된다는 겁니다.
이런 열기를 보면 정부와 출판계의 싸움은 독자와 무관한, 그들만의 샅바싸움 같습니다. '후이늠' 정신으로 정부와 출판계도 그간 잡음을 정리하고 '사전예매 10만'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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