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 치약 대신 '이것'?…'욱신욱신' 충치 막으려면
○ 충치 왜 생길까?
● 어린이 10명 중 6명은 충치 환자
충치는 우리 입 안의 충치균이 산을 만들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충치균은 치아 사이에 끼어 있는 음식을 먹고 산을 만드는데 이 산은 치아의 표면뿐 아니라 깊숙한 안쪽까지 녹여버려요. 충치균은 주로 당과 탄수화물을 먹이 삼아 산을 만들어요. 설탕과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충치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충치 환자가 637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충치는 어른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잘 나타납니다. 어린이의 치아는 어른보다 덜 단단하고 어린이가 달콤한 간식을 자주 먹기 때문이죠. 지난해 충치 환자 637만 명 중 135만 명이 9살 이하의 어린이였습니다. 환자 5명 중 1명이 어린이인 셈이에요. 게다가 12살 이하의 어린이 중 58.4%가 한 번 이상 충치를 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충치는 아주 흔하면서도 한번 생기면 빨리 치료해야 하고 자칫 크게 아플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강정민 연세대 치대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충치는 감기만큼이나 흔하고 온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병"이라며 "충치가 심해지면 치아뿐만 아니라 치아 주변 조직과 얼굴까지 염증이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치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음식입니다. 특히 어린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이 충치를 잘 일으키죠.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한국인들이 자주 먹는 음식 속 당의 양, 음식이 치아에 달라붙는 정도를 계산해서 충치유발지수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1위는 젤리, 2위와 3위는 캐러멜과 엿이였어요. 모두 충치균이 좋아하는 당이 잔뜩 들어간 데다 치아에 잘 달라붙고 양치질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스킷 등 부스러기가 작아 치아 사이에 잘 끼는 음식들도 상위권에 들었습니다.
○ 충치 어떻게 치료하지?
● 치료는 최대한 빠르게
충치가 생긴 치아는 눈으로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찌릿찌릿하게 아프고 치아에 구멍이 뚫린 만큼 음식을 먹기도 힘듭니다. 만약 충치가 생겼다면 최대한 빨리 치과에 가야 합니다. 충치가 조금 진행됐을 때는 치아와 비슷한 재료로 구멍을 메워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게 무섭다고 차일피일 미뤘다가는 치아 안쪽까지 썩어서 치료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심하면 치아를 뽑을 수도 있어요.
충치가 어린이들에게 더 잘 나타나는 병인만큼 영구치가 나기 전 유치에 충치를 앓는 경우도 많습니다. 충치가 심해서 유치를 너무 빨리 뽑으면 영구치가 제대로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효설 경희대 치대 교수는 "충치가 생겨서 유치를 뽑으면 영구치가 날 때까지 공간유지장치를 끼거나 교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치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 치과 검진을 받고 꼼꼼한 칫솔질로 충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에는 치과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의 수가 4년 전보다 2.7% 늘었어요.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칫솔질을 하지 못한것이 원인으로 꼽혔지요.
최연희 경북대 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슷한 수준의 선진국보다 어린이들의 충치 경험 비율이 높다"며 "치료와 예방을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충치 막고 최강 치아 되자!
● 치태는 없애고, 치아는 단단하게
음식을 먹으면 치아에는 음식물 찌꺼기와 충치균이 뭉친 희고 끈적한 물질, 치태가 붙어요. 충치균은 치태 안에서 산을 만들죠. 치태를 깔끔하게 없애려면 칫솔뿐만 아니라 치실도 제대로 써야 합니다. 치실은 왁스를 발라서 만든 위생용 실로 치실을 쓰면 치아 사이에 낀 치태나 음식 찌꺼기를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강정민 연세대 치대 교수는 "칫솔질을 하면 치아 앞면만 깨끗해지는데 치아 옆면이 더 썩기 쉬워 치실을 꼭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치아가 산에 쉽게 녹지 않도록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불소(플루오린)가 든 치약이나 용액을 쓰는 것이죠. 불소는 연한 노란빛을 띠는 화학 원소로 치아에 얇은 막을 입혀서 충치균의 산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요.
단 불소에는 독성이 있어서 삼키면 안 돼요. 남옥형 경희대 치대 교수는 "치약에 든 불소는 양이 적어 몸에 해롭지는 않다"면서도 "2세 미만의 어린 아이는 입안에 든 것을 잘 삼키기 때문에 2세가 지난 뒤 불소 치약을 쓰는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도 충치를 예방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지난해 폴란드 포즈난의대 공동 연구팀은 불소 사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소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강화 미네랄 치약을 개발했어요. 연구팀은 치약에 사람의 치아나 뼈에서 발견되는 수산화인회석이라는 미네랄 성분을 넣었습니다. 독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실험 결과 불소 치약을 쓴 사람의 87.4%, 수산화인회석 치약을 쓴 사람의 89.3%에게 충치 예방 효과가 나타났어요.또 지난 3월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은과 불소가 섞인 SDF(Silver Diamine Fluoride) 용액으로 충치 예방과 치료를 둘 다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은과 불소가 만나면 미생물을 없애는 작용을 해요. 연구 결과 SDF 용액을 한 번 바른 초등학생 중 80%가 2년 동안 충치에 걸리지 않았어요. 이미 충치를 앓던 초등학생의 50%도 SDF 용액을 바른 뒤 충치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6월 1일, 어느날 치아에 구멍이?! 충치를 막아라
[조현영 기자 4everyoung@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