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폭포와 하나 된 별장, 폴링 워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깊은 숲속에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절경의 폭포, 베어런이 있다. 인근 피츠버그의 백화점 부호 카우프만 부부는 이곳에 주말주택을 지으려 당대 최고의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그는 세계 근대건축가 탑3에 오른 미국의 자존심이며 건축지망생인 아들, 카우프만 주니어의 상사이기도 했다.
라이트는 평생 1000여 점을 설계한 다작의 건축가였으나 이 별장에 더욱 특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현장 답사 후 오랫동안 구상만 한 채 도면을 그리지 않았다. 카우프만과 미팅 2시간 전에 급히 그린 스케치는 폭포 위에 집을 띄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폭포를 바라보는 곳에 짓기를 원했던 건축주는 격노했으나 집요한 설득 끝에 1935년 계획안대로 완공하면서 ‘폴링 워터’, 낙수장이라 번역되는 이름을 얻었다. 4년 후 게스트하우스가 추가되었고 후에 주 정부에 헌납,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폭포를 훼손하지 않고 7m 높이 위에 지으려고 기다란 테라스 4개를 설치했다. 뒤쪽의 석조 건물에 지지한 채 공중에 매달린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다. 석조 건물 내부의 방들은 낮고 통로들은 좁다. 모든 창은 자연을 향해 열려있고 테라스로 나오면 웅장한 폭포의 소리를 들으며 숲과 하나가 된다. 중부 미국 출신의 라이트는 대초원의 수평선에 어울리는 수평적 건축을 추구해 시카고 일대에 ‘프레리 하우스’라 이름한 수많은 주택을 설계했다. ‘폴링 워터’는 프레리 하우스의 완성판이며 자연과 일체화된 유기적 건축의 끝판왕이다.
조경과 가구·인테리어까지 토탈 디자인을 추구해 170점의 맞춤형 가구와 조명들이 실내에 가득하다. 압축된 실내에서 개방된 자연으로 확장되는 극적인 공간이며, 고요한 숲과 하나 된 단순하고 우아한 형태다. 준공 직후부터 캔틸레버 테라스가 처지기 시작해 여러 차례 보강했고, 물소리가 시끄러워 숙박하기 어려웠던 결점은 이 과감한 성취와 바꾼 대가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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