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야 여권 연장…미얀마 군부, 한국 거주 자국민에 ‘세금 착취’
미얀마 군부가 한국 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불법적인 세금 징수에 착수했다. 이는 한국에서 노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은 한국 정부에서만 물리도록 하는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반하는 조처다.
31일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와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정권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로부터 소득세를 징수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 군부인 국가관리위원회(SAC)는 세법을 개정해 2023년 10월1일부터 해외 거주 미얀마 국민은 자신이 벌어들인 외화의 2%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주재 미얀마 대사관도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거주 미얀마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득세 징수에 착수했다. 대사관은 여권 연장을 볼모로 세금을 걷고 있다. 예컨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여권 기간을 연장하러 대사관을 방문하면 6개월치 소득세를 일괄 징수하는 방식이다.
납부할 세금은 한 달에 30달러 수준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대사관 방문 시 6개월치 180달러를 한 번에 내야 한다.
군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책정한 세율은 외화 소득의 2%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실제 소득 수준을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정한 금액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는 3만여명으로, 이들이 1년간 납부할 소득세 규모는 120억원에 달한다.
국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세금 징수는 양국 간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다. 2002년 한국과 미얀마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했고 이듬해 발효됐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NUG는 한국 외교부에 “한국에서 경제활동으로 얻은 소득을 군부가 갈취하고 있고 우리는 이 돈이 미얀마 국민들을 살상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므로 도저히 납부할 수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사안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기획재정부 역시 ‘국세청장이 상대국에 상호합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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