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결과가 사기 천국”이란 판사의 개탄
현직 판사가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국가 수사 역량이 약화돼 “사기 범죄 천국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대전고등법원 모성준 판사가 최근 펴낸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국회가 앞에선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뒤로는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하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통과시켜 수사 역량을 대폭 약화시켰다”고 했다. 그로 인해 2018년 27만건이던 국내 사기 범죄 건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이 지난 2022년에 32만건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사기 피해액도 29조원에 달했다. 제도의 실패로 국민 피해만 커졌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위도 제한됐다. 모 판사 주장의 핵심은 이렇게 수사가 따로 진행되고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범죄 수사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다 검찰로 넘기면 검찰이 보완 수사를 지시하거나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해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하면 보통은 당사자 이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경찰이 뭉개는 경우가 많아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에도 과부하가 걸려 고소장을 내도 몇 달이 지나서야 고소인 조사를 하는 경우가 숱하다고 한다. 경찰의 사건당 평균 처리 기간도 2018년 48일에서 2022년 67일로 늘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모 판사는 문 정권 때 피고인이 법정에서 동의할 때만 검찰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도 비판했다.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이를 지켜본 부하들이 검찰에서 범죄를 인정했던 진술을 뒤집으면 검찰 수사 결과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사기관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내준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런 일들이 법정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 정권이 검수완박 입법 등을 강행한 것은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었다.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사 사법 체계의 골간을 제대로 된 토론과 숙의도 없이 송두리째 뒤집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수사 역량 약화와 수사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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