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탈원전은 반도체 포기”…애플·구글은 태양광·풍력 100%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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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라인 하나 까는 데 1.3GW(기가와트) 원전 하나가 필요합니다. (중략)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이제 원전은 필수입니다. 탈원전 하게 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산업 포기해야 돼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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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라인 하나 까는 데 1.3GW(기가와트) 원전 하나가 필요합니다. (중략)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이제 원전은 필수입니다. 탈원전 하게 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산업 포기해야 돼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핵발전(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답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 전력 사용량 1위 삼성전자가 2022년에 사용한 전력량은 21.731테라와트시(TWh)로, 부산시(21.493TWh) 전체 사용량보다 많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해답으로 꼽은 핵발전은 주요 발전원 가운데 실제 가동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가장 길다는 점이다. 원전이 들어설 입지를 선정하고 주민 수용·이주, 인허가, 건설·완공, 발전에 이르는 시간만도 15~20년이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전력거래소 자료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주요 발전원 가운데 계획부터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핵발전이 17년4개월로 가장 길었다. 태양광은 이 기간이 5년4개월(20㎿ 이상 대형), 풍력은 10~11년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은 발전 규모를 줄이면 가동 기간을 최대 8개월(1㎾)까지도 당길 수 있다.
정부는 그런데도 지난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축소하고 핵발전 비중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 확정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4기의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착착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2040년에야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발생하는 전력 공백과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물론, 당장 지금 있는 방사능 폐기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핵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만든 반도체는 국외 시장에 내다 팔려 해도 팔 수 없다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100% 사용(RE100)해 만든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핵발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대세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다. ‘탈원전 하면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지극히 일방적이자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 주장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는 2040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이보다 10년 늦은 2050년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한 자릿수대인 국내에서 애를 먹고 있어, 전환 속도가 더딘 것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핵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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