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가 이 ‘로봇’ 입었더니...자연스럽게 뚜벅뚜벅 걸었다

황규락 기자 2024. 1. 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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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팀이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을 돕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환자의 걸음걸이를 인식해 엉덩이 뒷부분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보행을 돕는다./연구팀 제공

갑자기 다리가 떨리거나 걸음을 멈추는 ‘동결(Freezing) 증상’을 가진 파킨슨병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이 개발됐다. 파킨슨병 환자가 로봇을 착용하면 부상 없이 외출을 할 수 있게 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하버드대와 보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다리 움직임을 감지해 안정적인 걸음을 도와주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고 5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팀은 “소프트 로봇을 입으면 약간의 기계적인 도움으로도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다양한 조건에서 보행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세계적으로 9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신경 퇴행성 장애다. 파킨슨병은 발병 초기부터 손이나 발을 떨면서 걸음을 걷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추는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걷다가 넘어져 크게 다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약물과 재활 등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착용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엔지니어, 물리치료사, 의류 디자이너 등 각계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착용형 소프트 로봇은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케이블 구동 액추에이터와 센서로 구성돼 있다. 센서가 다리 움직임을 감지해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면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각각의 보행 단계를 추정한다. 구동 액추에이터는 여기에 맞춰 엉덩이 부분을 부드럽게 밀어 보행을 돕는다.

연구팀은 73세 남성 파킨슨병 환자에게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입혀 6개월 간 시험했다. 이 환자는 외과 치료와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매일 10번 이상 동결 증상이 나타나며 자주 넘어졌다. 이 때문에 외출하려면 걷는 대신 스쿠터에 의존해야 했다.

파킨슨병 환자가 소프트 로봇을 착용한 결과, 특별한 훈련 없이도 실내에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고 동결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소프트 로봇을 입고 외출도 가능해졌으며 실외에서는 간헐적으로 동결 증상을 보였다. 모두 로봇을 착용하기 전보다 훨씬 보행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환자는 “로봇을 착용하면 더 멀리 걸을 수 있다”면서 “더 오래 걸을 수 있어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로봇을 통해 보행 동결 치료의 하향식 솔루션이 아닌 상향식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파킨슨병 환자들의 이동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증상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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