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 후퇴에도 꺾이지 않는 시민들
텀블러·종이 빨대 인증
친환경 카페 찾아 방문
정부 ‘환경 역행’ 맞서
“시민들의 뜻 보여주자”
SNS선 정책 비판 계속
“환경 경고, 정부만 몰라”
“분명 유리컵을 쓰고 있는 카페였는데 일회용 컵으로 바꾸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걸 보면 속이 쓰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5년 전부터 ‘일회용품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는 김재아씨(27)는 최근 평소 가던 가게들을 다시 챙겨보게 됐다. 혹여 다회용품을 쓰던 곳들이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등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어서다. 그는 “유리컵을 쓰다 다시 일회용 컵을 쓰는 카페는 재방문하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해 어떤 카페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지, 종이 빨대를 쓰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환경부가 지난 7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사용 규제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돌연 발표한 뒤, 시민들 사이에서 “환경에 역행하는 환경부에 맞서 시민들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 같은 다회용기를 쓰고, 종이 빨대 사용 카페를 찾는 등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환경부를 비판하며 친환경 물품을 인증하는 챌린지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환경부가 환경 규제로 발생하는 비용이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3년 전부터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를 실천 중인 대학생 신승은씨(23)는 “일회용품 사용을 개개인의 선택에만 맡기면 부담이 크다”며 “환경부가 환경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하는데 오히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평소 친환경 카페를 찾아다닌다는 신지윤씨(28)도 “여러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걸 보고 효능감을 느꼈는데 갑자기 중단한다고 하니 무력감이 든다”며 “앞으로 갈 수 있는 매장이 줄어들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손수건과 텀블러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경부의 정책 뒤집기에 ‘연대 소비’로 맞서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 이후 경영난을 겪게 된 종이 빨대 제조업체 등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매번 달라지는 환경부 정책을 따라야 하는 상인들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이번 발표의 문제”라면서 “종이 빨대만 계속 쓰기로 한 기업이나 카페를 지지하는 마음에서 그런 곳 위주로 방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온라인에도 퍼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SNS에서는 환경부 발표를 비판하는 챌린지가 이어졌다. 이 기간 인스타그램 등에는 다회용기 또는 텀블러 사용 인증 사진에 ‘#정신차려 환경부’ ‘#이벤트 말고 규제해’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인 게시물이 200개 넘게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빨간불, 경고가 쏟아져 나오는데 정부만 모른다” “이젠 남아있는 시민 의식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혜린·김세훈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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