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홍사빈 "지금은 인지도 없지만 그게 오히려 혜택" (종합) [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의붓아버지(유성주 분)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연규(홍사빈 분)는 엄마(박보경 분)와 네덜란드에 가서 사는 게 인생의 목표다. 괴롭힌 친구들과 싸우다가 합의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인 그는 동네건달 치건(송중기 분)의 도움을 받고, 그렇게 고등학생 연규는 학교를 떠나 조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연규 역을 맡은 신예 홍사빈(26)은 “연규는 소리도 못내는 아이다. 그가 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치건”이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
홍사빈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느끼는 대로 연기해도 된다고 하시더라. 선배님들이 ‘우리가 너한테 자극을 줄 거니까 꾸미지 말고 표현하라. 꾸미면 인물에 대한 결례’라고 하셨다”며 “김종수 선배님이 많은 걸 가르쳐주셔서 현장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단편영화 ‘휴가’(2017), ‘폭염’(2019)에 출연했던 홍사빈은 지난 2022년 영화 ‘만인의 연인’으로 데뷔했고 올해는 영화 ‘화란’과 ‘안녕, 내일 또 만나’(감독 백승빈),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홍사빈은 ‘화란’의 주인공인 연규 역할에 캐스팅되기 위해 세 차례의 긴 오디션을 치렀다.
“오디션이 있어서 지원을 했다. ‘화란’이라는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20대 배우로서 연규라는 인물을 만나 잘 기록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미팅을 할 때마다 하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 그래서 1~3차 오디션에서 제가 보여 드릴 수 있는 건 다했다. 모든 작품의 오디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화란’이라는 영화는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합격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화란’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 배우로서 20대에 중요한 인장을 남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칸영화제에 진출하기 전에 들었던 생각인데 그때는 ‘칸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했었다”라고 답했다.
‘화란’(감독 김창훈,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사나이픽처스, 공동제작 ㈜하이스토리·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
‘화란’은 올해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올라 국내 극장 개봉에 앞서 전세계 관객들, 평단을 만났다. 이에 홍사빈을 포함해 송중기(38), 김형서(25), 그리고 연출한 김창훈 감독은 데뷔 후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홍사빈은 “촬영을 마치고나서도 칸영화제는 생각도 안 했는데 작품이 전세계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레드카펫에서는 사진을 멋있게 찍고 싶었는데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연기 연습은 물론이고 부대행사도 연습을 해야겠다.(웃음) 다녀와서 느낀 점은 앞으로 몇십 년이 더 걸리더라도 칸영화제에 다시 한번 진출하고 싶다”고 바랐다.
인상깊었던 외신의 반응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제가 칭찬 듣는 걸 좋아하는데 살면서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웃음)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다는 말이 감사하다. 잘했다는 말은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며 “완성본은 3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세 번째 봤을 때는 속도감이 빨랐고 인물들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제가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저와 김형서, 송중기 선배와의 연기합이 잘 이뤄진 거 같다”고 답했다.
김형서와의 남매 호흡에 대해 “형서가 있어서 숨통이 트였다. 저는 형서가 창작자로서 저보다 선배라고 생각한다”며 “형서가 저보다 어리지만 얘기를 들으면 재미있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근데 저희가 겉돌고 있다고 느낄 때 송중기 선배가 중심을 잡아주셨다. 더할 나위 없는 연기 현장이었다”고 만족했다.
홍사빈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황정민(53), 박정민(36) 등의 배우들과 같은 소속사다. “선배님들이 항상 강조하는 게 태도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나, 연기를 못하더라도 현장에서 태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감독님, 선배님들과 현장에서 대화를 나눌 때 그들이 제게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빠르게 캐치했다. 무작정 의욕만 보여주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빨리 파악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홍사빈은 현재 4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에서 연극하면서 매체 연기를 조금씩 했었는데 ‘신인 배우’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아직은 제가 기성 배우들처럼 활동할 수 없지만 안주하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창작자라는 큰 틀이 좋다”는 홍사빈은 “연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매번 배우일 수는 없으니 연극, 단편영화 연출도 해보고 있다. 아직 깊이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재밌는 게 좋아서 연출도 하게 됐다. 지금은 상업영화를 연출할 역량은 안 된다. 대학로에서 상업 연극을 올렸는데 연극 연출에서는 성과도 내보려고 한다”며 배우는 물론 향후 연출자로서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제가 지금은 인지도가 없지만 그게 오히려 혜택을 보는 거 같다. 관객들에게 ‘저 친구 누구지?’라는 말도 들을 수 있지 않나. 나중에 출연작이 쌓여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purpli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