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한다고? [프리스타일]

이오성 기자 2023. 10. 1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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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사막화 문제를 취재하러 현지에 다녀왔다.

나 역시 기사 서두에 '한류의 인기에다 많은 몽골인이 한국 체류 경험이 있는 까닭에 한국 문화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 아닌지 짐작한다'라고 미심쩍게 썼다.

현지에서 몽골인에게 정말 한국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깜짝 놀랐을 때 "십년감수했네"라는 말을 쓸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한 젊은 몽골인 NGO 활동가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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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사막화 문제를 취재하러 현지에 다녀왔다. 왕복 12시간씩 차를 타느라 고생했던 걸 빼면 뜻깊은 경험이었다. 선진국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음을 확인한 여정이었다.

또 다른 궁금증도 있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몽골 관련 콘텐츠는 대개 ‘국뽕’이다. 몽골에 한국 편의점이 넘쳐나고, 한국인이 지나가면 한국말로 말을 거는 등 한국에 무척 우호적이라는 내용이다. 왜 그런지 설명은 부족했다. 나 역시 기사 서두에 ‘한류의 인기에다 많은 몽골인이 한국 체류 경험이 있는 까닭에 한국 문화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 아닌지 짐작한다’라고 미심쩍게 썼다.

몽골 울란바토르 중심가에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의 모습. ⓒ시사IN 이오성

현지에서 몽골인에게 정말 한국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깜짝 놀랐을 때 “십년감수했네”라는 말을 쓸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한 젊은 몽골인 NGO 활동가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국 것이 인기가 많지요.” 그는 길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느 한국인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밤늦게 한국인, 특히 남성들끼리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면 몽골인이 시비를 걸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국에 돌아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전부터 몽골에서 NGO 활동을 하고 있는 이가 이렇게 말했다. “몽골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중국이고, 그다음이 한국일 겁니다.” “네?” 칭기즈칸 이래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던 중국과 몽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은 왜?

울란바토르 중심가에는 가라오케가 무척 많다. 가라오케 붐을 일으킨 것이 한국인이고, 가라오케를 성매매의 온상으로 만든 것도 한국인이었다. 한국 IT 업체가 몽골인 여성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촬영한 일도 있었다. 한국의 건설회사가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중도금을 빼돌린 사기 사건도 몽골을 떠들썩하게 했다. 몽골 사회에 '반한 감정'이 들끓었다. 10여 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몽골인의 인식에 깊이 남은 한국인의 이미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한국의 유튜브에서는 거론되지 않는 사건이다. 국뽕은커녕 '국치'다.

그제야 왜 몽골인 NGO 활동가가 한참을 뜸 들였는지 이해되었다. 케이팝과 편의점은 결국 ‘한국 것’일 뿐이다. 한국 편의점이 넘쳐난다고 해서 몽골인이 한국을 좋아한다고 여길 수 있을까. 한국이 어떤 나라의 GDP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그 나라에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의 이런 인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국뽕이 있다면, 몽골에서 묵묵히 나무를 심는 한국인의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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