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팔며 매춘행위 한다는 ‘이 동물’…아장아장 귀여움의 반전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0. 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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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3]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자신의 성(性)을 판다. 매춘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부도덕한 행위이자 고도의 사회적 행위이지요. 교환의 가치를 아는 인류만이 매춘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온 배경입니다. 하지만 매춘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질적 재화를 대가로 몸을 파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틀루즈 로트렉의 1893년 작품 ‘매춘부’.
너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이렇게 나쁜 짓을...
“아 외롭다 외로워. ” 남극에 서식하는 아델리펭귄. <저작권자=Andrew Shiva>
이 귀여운 녀석은 아델리펭귄입니다. 이 녀석들의 대부분은 일부일처제로 살아갑니다. 남극에서 새끼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수컷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암컷들은 영악함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물질적 이득을 대가로 파트너가 아닌 수컷과 관계를 맺어서입니다. 동물 세계의 매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현장을 급습해 봤습니다. 암컷 한 마리가 외로운 수컷 둥지를 어슬렁거립니다. 이 수컷들은 짝짓기에 실패한 ‘루저’들이지요. 짝과 살기 위해 번듯하고 큼직한 조약돌 성까지 지어놨지만, 짝을 찾는 데는 실패합니다. 교미하기엔 뭔가 어설픈 녀석들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끝나면, 저 돌은 내 것이야.” 아델리펭귄의짝짓기. <저작권자=Brocken Inaglory>
루저 수컷의 집을 영악한 암컷이 방문합니다. 이내 짝짓기가 시작되지요. 관계가 끝난 후 근데 암컷의 모습이 어쩐지 수상합니다. 수컷의 성채에서 가장 빛나는 돌을 하나 가지고 슬그머니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교미의 대가를 가져가듯이 말이지요.

수컷은 교미 후 자기 재산을 가지고 내빼버리는 암컷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습니다. 암컷은 옆 동네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진짜 남편’인 수컷 파트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펭귄은 왜 돌 때문에 몸을 팔았나
그깟 돌이 대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펭귄에게 돌은 인간의 돈만큼이나 중요한 재화입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둥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돌로 만든 둥지일수록 봄철에 침수될 가능성이 작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암컷과 수컷 모두 양질의 돌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입니다. 다른 놈의 큼직한 양질의 돌을 도둑질하기도 하지요. 우리 인간이 돈 때문에 싸우고 죽이듯이요.

“이 척박한 남극 땅에서 먹고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네.” 아델리펭귄 무리. <저작권자=Jason Auch>
교미를 대가로 돌을 가져가는 건 약과입니다. 어떤 암컷은 교미도 없이 돌을 훔쳐가기 때문입니다.

아주 영악한 암컷 아델리펭귄의 행동을 보시지요. 이 암컷 펭귄은 마치 짝짓기를 할 듯이 ‘싱글’ 펭귄에게 구애를 펼칩니다. 헤벌레한 수컷이 자신의 ‘그것’을 갖다 대기 직전, 암컷이 갑자기 구애를 멈춥니다.

그리고는 태연히 돌을 물고 사라지지요. 수컷은 ‘벙찐’(?) 표정을 짓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자신의 찐사랑일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지요. 어떤 암컷은 이런 순진한 수컷을 속여 한 시간 동안 62개의 돌을 가지고 간 것으로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꽃뱀 중의 꽃뱀이라고 해야 할까요.

1998년 연구결과를 발표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원 피오나 헌터는 “수컷으로서는 자신에게 찾아온 암컷이 미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공격적으로 돌을 방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어디보자, 저 돌 괜찮아 보이는데.” <저작권자=David Grémillet>
인간 뺨치는 침팬지...고기 한 덩이에 교미
우리 인간과 사촌 관계인 영장류에서도 동물 매춘의 모습이 발견됩니다(닮을 걸 닮아야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에서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였습니다. 연구진들은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 내 야생 침팬지 암컷이 수컷이 고기를 내밀자 교미를 허락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관찰했습니다. 두 침팬지는 전혀 알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매춘과 비슷한 양상이었지요.
“이 고긴 내 것이야.” 죽은 영양 고기를 물어뜯는 침팬지. <저작권자=Ikiwaner>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은 집단으로 사냥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인 고기를 나눠 먹음으로써 동지애를 다지지요. 더 나아가 침팬지 사회에서 일면식이 없는 암수 간 고기와 섹스의 교환이 일어납니다. 연구진들은 “수컷으로서는 자신이 가진 고기를 이용해 짝짓기 성공률을 높여 번식을 할 수 있고, 암컷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윈윈관계’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더 사냥을 잘하는 침팬지들이 더 많은 암컷과 교미를 했다고 결론짓습니다. 고기-섹스 교환 가설(the meat-for-sex hypothesis)입니다. 수렵채집 사회, 우리 인간 세계에서도 더 나은 사냥꾼들 주위에 여자가 몰렸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은 이야기입니다.

침팬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가졌을 지 모른다. 작품은 20세기 초 독일 조각가 휴고 라인홀트의 작품 ‘해골과 원숭이’. <저작권자=Jfderry>
교환의 이득..인간만이 아는 개념 아니야
동물 매춘이 인간의 교육으로 발생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카푸친 원숭이’ 이야기입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카푸친 원숭이 실험에 돌입합니다. 이들이 인간처럼 경제적 ‘교환’의 개념을 아는 지 실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작은 동전을 주고 이것을 던질 때마다 과일을 주었지요. 몇 개월이 지나자 이들은 명백히 이 동전이 과일과 교환되는 걸 인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얼마면 돼, 이제 돈으로 사겠어.” 카푸친 원숭이. 카푸친 수도회 의상 색상과 비슷해 달린 이름이다. 커피 카푸치노와 어원이 같은 셈. <저작권자=David M. Jensen (Storkk)>
그런데, 어느 순간 수컷 카푸친이 동전을 가지고 자기 무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암컷 앞에 서더니 주섬주섬 무엇을 꺼내 건넸지요. 바로 그 ‘동전’이었습니다. 암컷은 바로 교미 자세를 취하더니, 격정적인 사랑을 나눴습니다. 일을 마친 뒤 동전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지요.

화대를 받은 매춘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압권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암컷이 연구진에게 찾아와 동전을 던졌지요. 맛있는 과일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물의 매춘은 짐승의 부도덕만을 상징하진 않습니다. 교환의 가치를 알 정도로 고도의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심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오늘 시간 어때?” 카푸친 원숭이. <저작권자=Frans de Waal>
“추석엔 마사지지. ” 마사지를 즐기는 카푸친 원숭이들. <저작권자=Noah Israel>
<세줄요약>

ㅇ아델리펭귄은 둥지 용 돌멩이를 대가로 남편을 두고 다른 수컷과 관계한다. 동물 매춘이다.

ㅇ침팬지 역시 고기를 대가로 교미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학자들은 수렵채집 시기 인간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ㅇ동물 역시 교환의 가치를 아는 셈이다. (매춘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 추석에 죄송합니다.)

<참고문헌>

ㅇ키스 첸 외, 카푸친 원숭이의 거래행동 증거, 예일대학교.

ㅇ크리스티나 고메스 외, 야생 침팬지의 고기-섹스 교환, PLOS ONE,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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