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확정...한국 16번째 세계유산으로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유적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의 등재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가야고분군까지 총 16건의(문화유산 14건·자연유산 2곳)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가야는 기원 전후 무렵부터 562년까지 한반도 남부에서 번성한 작은 나라들의 연합체다. 경남 김해에 있었던 금관가야, 경북 고령 대가야, 경남 함안 아라가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등재된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 7개다.
고분군은 가야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 유적이다. 이번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연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 국가와 함께 존재했던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증거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다.
가야 고분은 '상업 국가' 가야의 정체성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는 덩이쇠가 수십장씩 쌓인 채로 발굴돼 '철의 왕국'으로서의 가야의 위상을 재확인했고 북방 유목민의 쇠솥, 로마제국의 유리잔 파편, 일본의 청동 장신구도 발굴돼 고대 가야인이 김해를 중심으로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상업 국가로 발전했음을 드러냈다.
대가야 지배계층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는 많은 양의 토기와 함께 금동관, 갑옷, 투구, 칼, 꾸미개 종류가 출토됐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가야고분군은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2021년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가야고분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완성도 검토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의 현지실사를 거쳐 지난 5월 '등재 권고' 의견을 받았다. 잠정 목록 등재(2013년)부터 실제 등재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심사해 결정한다.
앞서 지난 5월 이코모스는 가야고분군에 대해 세계유산 평가 기준 가운데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충족한다고 평가하며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다.
한편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7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를 확보해 유산을 보호하고 ▲경남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사이로 난 도로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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