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위태"..중국이 삼성을 노리는 이유
기술유출 10곳중 9곳은 중국..삼성전자 주타깃
기술유출로 반도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위태
기업 노력에 제도적 뒷받침 따라야 기술유출 근절
삼성전자 정보보호센터 김성원(가명)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정보보호센터는 삼성전자의 정보보안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이 센터의 최고 책임자다.
삼성전자 보안 최고 책임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안 최고 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인터뷰는 익명으로 공개한다.
◆기술유출 10곳중 9곳은 중국..삼성전자 주타깃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산업기밀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총 117건에 달한다. 매달 1.6건 꼴이다. 그 중 36건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사례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기술 유출 사례 중 92.3%는 중국기업들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요 타깃은 삼성전자다. 후발주자인 중국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사례는 부지기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이직을 위해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등이 담긴 파일들을 유출하다가 적발됐다. 이 직원이 빼돌리다 적발된 자료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기업만 대량생산에 성공한 최첨단 3나노 공정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출신 전직 임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 배치도와 설계도면 등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계열사나 협력사가 보유한 기술이 타깃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 계열 장비회사 ‘세메스’에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빼돌린 연구원들이 적발됐다.
삼성전자는 적발된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부사장은 “기술 유출 시도의 경우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이뤄진다”며 “여럿이 조직적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경우는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인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사건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기술 유출이 계속되면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의 반도체 기술들이 기업 외부로 유출된다면 수십년간 연구 개발에 투자한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삼성의 경쟁력과 미래 성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인 만큼 기술유출은 삼성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근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기술 유출을 계속 방치하면 삼성전자가 세운 ‘반도체 지위국’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관련 생태계를 형성하는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우위는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기업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계속되는 기술 유출은 경쟁국들이 기술격차를 단번에 줄이기 위해 위법과 탈법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탓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공장 건설과 반도체 생산을 통해 획득한 시행착오와 기술 노하우를 토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경쟁력 확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손 쉽게 얻는다면 시간, 인력,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지책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기술유출의 심각성과 법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보안교육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기밀유지 및 기술유출 방지에 관한 서약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한다.
또한 중요 데이터에 접근하는 권한을 엄격히 통제하고, 외부로부터의 무단 접근을 방지하는 한편 외부의 해킹 공격 대응 및 악성코드 예방을 위해 각종 보안장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기술유출을 감지하기 위한 사전 모니터링 체계도 갖춰 기술유출 사례를 인지하면 신속히 초동 조치가 가능하도록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항시 기술 유출에 대한 위협을 경계하고 있지만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기술 유출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자체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민의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된다면 기술유출 시도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형법을 개정, 산업기술 유출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 부사장은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절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면 기업과 국가의 기술 보호에 대한 시그널 중 하나로 인식돼 잠재적 기술 유출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치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기술유출을 예방하려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제도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관심이 동반돼 기술유출 시도를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다애 (dalov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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