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침수사고 목격자 "둑 터지기 전 모래성 쌓더라…이건 인재"

최종권, 김은지 2023. 7. 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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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나기 전인 오전 8시쯤 모래로 만든 임시둑 앞에 강물이 차 있다. 사진 독자


“침수 사고 1시간 전에 가보니 모래로 임시 둑을 쌓고 있더라. 그 둑이 불어난 강물을 버틸 수 있었겠냐.”


장찬교(70) 궁평1리 전 이장이 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는 인재(人災)"라며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 지하차도에선 불어난 강물이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자동차 15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났다.

장씨는 침수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인 오전 7시40분쯤 문제가 된 미호강 철골 가교 사이에 있는 임시 둑을 찾았다. 가교는 새 다리를 놓기 전 청주~오송을 오가는 통행로로 활용하기 위해 행복도시건설청이 만들었다고 한다. 충북도에 따르면 유실 구간은 50~60m 정도다. 가교 사이 구간이 비스듬한 형태로 원래 제방보다 낮았다는 게 장씨 주장이다.

장씨는 “오전 7시40분 현장을 찾았을 때 원래 있던 미호강 제방에선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면서도 “임시로 쌓은 둑은 맨눈으로 봤을 때 30㎝ 밑까지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수색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버스를 인양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가교 사이 만든 임시둑, 강물에 터져


장씨가 현장을 찾았을 때 공사 관계자들은 굴삭기 1대로 임시 둑을 높이고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급해서 그런 줄 모르겠지만, 굴삭기로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더 쌓고 있었다”며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현장 감리단장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둑이 버티지 못한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모래주머니도 아니고, 흙을 긁어모은 모래성이 결국 강물에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에 따르면 임시 둑 높이기 작업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진행했다. 답이 없다고 판단한 장씨는 오전 7시51분쯤 무작정 119에 신고해 대책을 호소했다. 장씨는 소방당국과 현장 공사 관계자와 실랑이를 하다 오전 8시30~40분쯤 임시 둑이 터지는 것을 보고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장씨는 “집중 호우가 한참 전에 예보됐음에도 예비 둑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침수 사고가 난 것 같다”며 “평생 오송에 살면서 미호천 둑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둑이 무너지고 농장 일을 하러 왔을 때 이미 지하 차도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게 보였다”며 “지하차도에 버스 등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고 죽 늘어져 있어 침수 사고가 났구나 직감했다”고 덧붙였다.
15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배수 작업을 위한 물막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명 사망, 11명 실종 신고…수색작업은 난항


소방당국은 이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오후 10시 기준 1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했다.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미호강 주변 둑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갑자기 물이 유입돼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잠겼다"라며 "이 바람에 운전자들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수 차에 몇 명이 타고 있었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지하 차도 배수 작업에 나섰으나 하천물과 빗물이 계속 유입돼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색작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지하차도 내부가 흙탕물로 뒤덮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탓에 잠수부도 투입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 본격적인 수색은 기상 악화 여부에 따라 16일 새벽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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