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녹용 가치 떨어지자 '나 몰라라'…인간이 자초한 '사슴섬'

이상엽 기자 2023. 6. 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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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라남도에는 사슴들이 주인인 듯한 외딴섬이 있습니다. 사람은 150명 정도인데, 사슴은 600마리 넘게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녹용을 팔겠다면서 누군가 사슴을 들여왔다가 버린 뒤로 이렇게나 늘어난 겁니다.

텃밭을 망가뜨리고 묘지도 파헤친다는데, 사람도 사슴도 같이 잘 살 방법은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새끼 사슴들이 달립니다.

뿔 달린 아빠 사슴과 엄마 사슴도 뒤따릅니다.

전남 영광에서 배로 2시간쯤 떨어진 안마도엔 주민 15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슴은 더 많습니다.

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제 바로 옆에 사슴이 나타났습니다.

10여년 전엔 10마리가 안 됐는데 지금은 600마리가 넘습니다.

처음엔 한 주민이 사슴을 데려와 키웠습니다.

녹용을 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사슴을 버렸습니다.

그 뒤로 사슴이 크게 늘어났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주민들은 텃밭에 그물을 둘렀습니다.

사슴이 다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장순덕/전남 안마도 주민 : 밭을 해 먹으려면 이렇게 그물을 쳐야 해. 그래도 이 높이를 뛰어넘어버려.]

[김애순/전남 안마도 주민 : 산에서 마을로 싹 내려와. {내려오지 말라고 소리도 질러보셨어요?} 야. 이렇게 해도 안 가.]

공사장처럼 보이지만 묘지입니다.

사슴이 파헤쳤습니다.

[소양임/전남 안마도 주민 : 산소도 아무것도 없어. (묘지에서) 아주 나오게 생겼어. {뭐가 나올 것 같으세요?} 시체가 나오지.]

숲에 들어와봤습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없게 철조망이 쳐졌습니다.

섬주민들의 묘지인데 바로 사슴때문입니다.

숲도 피해가 심각합니다.

사슴이 나무 껍질을 긁어내 수액을 먹었고, 나무는 모두 죽었습니다.

[최종인/생태전문가 : 완전히 잔디밭이 됐어요. 여기뿐만 아니고, 온 섬 전체가.]

사슴이 취재차량 앞을 막아섭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조명을 비춰보니 곳곳에 사슴 엉덩이가 보입니다.

새벽녘엔 산책로에까지 나타납니다.

[홍인숙/전남 안마도 주민 : 사슴과 공존하려고 애쓰고, 눈을 맞추려고 애쓰지만… 눈망울을 보면 왠지 뭔가 우리한테 얘기하는 것 같은데, 너무 속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떠넘기기 바쁩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 야생화 동물로 지정됐다면 달라지겠지만… 저희가 답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현행법상 사슴은 가축이어서 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관할 지자체는 현실적인 이유를 댔습니다.

[전남 영광군청 환경과 : 개체 수가 많다 보니까. 한 마리 한 마리 잡기가 사실 너무 어렵거든요.]

보다못한 주민들은 사슴을 잡아 한 농장에 보호해달라고 보냈습니다.

[최종인/생태전문가 : 사슴은 죄가 없죠. 필요해서 사람이 가져왔고. 먹이를 주고 키웠었고. 그래서 야생까지 왔잖아요.]

처음에 사슴을 들인 것도 나중에 사슴을 버린 것도 사람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질 수 없다고 하는 사이, 그 피해는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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