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공주를 깨운 이는 없다, 스스로 일어났을 뿐[그림책]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리베카 솔닛 글·아서 래컴 그림·홍한별 옮김
반비 | 64쪽 | 1만7000원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작중 ‘잠자는 숲속의 공주(아이다)’에겐 사실 ‘마야’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오랜 세월 저주를 받아 잠든 동안 ‘깨어 있는 공주’는 무엇을 했을까?
리베카 솔닛은 ‘다시 쓰는 동화’ 시리즈 전작인 <해방자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가 왕자와의 결혼 대신 주변인들을 해방시키는 식으로 플롯을 뒤집었던 것처럼,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에서도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상상을 펼쳐낸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다는 저주에 빠져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드는데,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에선 원작과는 달리 세 명의 주요 인물의 이야기 세 가닥이 타래로 엮인다. 잠든 공주 아이다와 여동생 마야, 그리고 러시아 민담 ‘불새’에서 착안한 아틀라스의 이야기다.
아이다가 잠든 동안 마야는 잠이 안 올 때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마야의 그림 실력은 말 그대로 ‘마법의 경지’에 이르러 영웅이 되었다. 과수원지기 소년 아틀라스는 어느날 황금 사과를 집어가는 불새의 발목을 잡았다가 우연히 아이다가 잠든 탑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왕자도 아니었고 키스로 공주를 깨우지도 않았다. 마침 아이다가 ‘굴러떨어진’ 날은 아이다가 잠든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고, 그렇게 둘은 힘을 합쳐 탑에서 내려와 112세 노인이 된 마야를 만난다.
세 갈래의 스토리를 땋듯이 흘러가는 이 책을 읽다보면, 단지 책 속에 빠져들어 다음 페이지를 넘기던 시절의 읽기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1920년대 아서 래컴이 그린 실루엣 삽화 역시 한층 상상의 결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을 통해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누가 아름다운 공주인지 누가 조연인지 상관없이, ‘우리’의 이야기가 엮일수록 세상은 더 풍성해진다고.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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