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월세 준다고 하네요”...심각해진 전세시장, 무슨 일이
세종·대구는 25% 이상 급락
보증금 반환 힘든 집주인들
세입자에 월세 지급도 고민
최근 일대 아파트 전세가 2억원 중반에도 거래가 되기에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사를 결심하고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어떻게든 돌려줄테니 만기까지 계속 살 수 없느냐”고 답했다. A씨는 “만기가 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도 역전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부담, 전세사기 공포 등의 요인으로 아파트 전세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모양세다.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년 전인 2021년 4월 대비 11.8% 하락했다. 이번 데이터는 직방이 자체 빅데이터 솔루션인 ‘직방RED’를 통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최근 추이와 2년 전 대비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세종과 대구가 각각 28.5%, 26.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폭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대구 월성동의 협성휴포레 전용면적 84.92㎡는 2021년 3월 신규 전세계약이 4억2500만원에 이뤄졌다. 이 단지는 지난 3월 신규 전세가격이 2억2000만~2억4000만원 수준에서 체결됐다. 2년 동안 전세 가격이 2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입주민들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더 싼 전세를 찾아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안되는 집주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월세를 지급하는 ‘역월세’를 고민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18.9%), 인천(-17.1%), 부산(-16.9%) 등도 전국 평균 하락률보다 높게 전세 가격이 떨어졌다. 강원과 제주는 각각 변동률 0.5%, 1.2%를 기록하며 전세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서울은 이 기간 하락률 9.7%를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와 동작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각각 13.2%, 12.9% 하락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권역별로는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북부권과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로 구성된 동남권이 대조를 이뤘다.
강남3구 전세가격은 2019년 이후 지난 해 상반기까지 연평균 10% 내외의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해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이들 지역은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15~17%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졌다.
북부권의 경우 지난 해 하반기 하락전환했지만, 하락폭은 10~11% 내외로 동남권에 비해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은 “강북, 송파와 같은 일부 자치구는 올해 3~4월 반등 조짐을 보이는 반면 서초, 강남구 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패턴을 보이는 등 최근 동향은 자치구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며 “전세사기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시사 등 금융시장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반등을 섣부르게 논하기보단 향후의 거래 동향을 지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서울은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 3년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주도하며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이같은 동행이 분리될 수 있다”며 “매매는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전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주 물량 부족을 고려하면 전세 물량이 부족한 시점이 오게 되고, 매수를 통해 집을 사는 움직임도 뜸하니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매매보다는 전세 가격이 좀 더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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