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한국이 낳은 거장,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이탈리아와 인연 40년 넘어
음악보다 파스타 먼저 빠져
라 스칼라 첫 연주는 1989년
나를 굉장히 잘 이해한 느낌
부산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도
두 극장 공연 시너지 낼 것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정명훈. [사진 = 부산콘서트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0/mk/20250520094202628bkpa.png)
일본 연주 일정을 마치고 막 귀국했는데도, 정명훈(72)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라곤 없었다. 오히려 웃음꽃이 피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공식 위촉됐다는 발표가 나온 뒤 일주일 만인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취재진과 대면한 그는 “라 스칼라의 제안만큼은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선임 소회를 밝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개관한 이래 베르디의 ‘나부코’,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이 초연된 유서 깊은 오페라의 산실이다. 당대 최고의 음악가만이 음악감독직에 올랐는데, 동양인 음악감독은 247년 역사에서 정명훈이 처음이다. 정명훈은 이 극장과 1989년 지휘로 첫 인연을 맺은 이래 총 84회의 오페라, 141회의 콘서트를 함께했으며, 2023년 최초의 명예지휘자로도 위촉됐다.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가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대공연장에서 라 스칼라 극장 음악 감독 선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사진 =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0/mk/20250520094204451pisb.jpg)
그는 “주로 미국에서 공연할 때라 유럽에 연주가 없었는데도 1982년 1년 동안 로마에서 살았다. 파스타 요리를 배우면서 이탈리아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며 “나라(영토) 모양, 사람들의 감정 표현, 노래를 좋아하는 성향 등 이탈리아와 한국은 비슷한 점도 많았다”고 했다.
유럽 오페라 무대를 본격 누비게 되면서는 거주지를 파리나 로마로 택해 계속해서 이탈리아에 뿌리를 내렸다. 라 스칼라에서의 첫 연주가 1989년이었으니 올해로 36년 인연이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의 음악가들과는 처음부터 잘 맞았다. 이들이 나를 굉장히 잘 이해해 준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선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1778년 개관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아시아인이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직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0/mk/20250520094206557mcrg.jpg)
라 스칼라 극장을 이끄는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총감독과의 상호 무한 신뢰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를 가장 좋아한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오르톰비나는 이탈리아 만토바 태생으로, 앞서 2007~2024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예술감독과 총감독을 맡으며 정명훈과 인연을 이어 왔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에서도 둘이 함께 좋은 베르디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내년 12월 7일 라 스칼라 시즌 개막 공연 때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를 선보이겠다는 구상도 귀띔했다.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가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대공연장에서 라 스칼라 극장 음악 감독 선임과 관련해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0/mk/20250520094208404gyqh.jpg)
“‘오텔로’는 이미 30년 전 파리 오페라,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녹음한 바 있어요. 이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해야죠. 일평생 해온 게 이건데도 더 공부합니다. 이만큼(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더 깊이 음악을 파고들어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국내에선 다음달 22일 개관 예정인 부산콘서트홀,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도 겸한다.
라 스칼라 감독직과 임기가 겹치며 두 극장 사이의 연계·협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오프닝을 라 스칼라와 하겠다”며 “(부산에) 제일 높은 수준의 사례를 보여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 특히 부산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표가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내가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관객 저변을 키우고 좋은 씨앗을 심어놓는 것이죠. 그 결과를 살아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래 걸릴 일이지만, 방향성을 잘 잡아주는 것이 지휘자의 가장 큰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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