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제빵왕 회장'의 모친상...조문객 맞이한 60년 전통 크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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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별세한 김순일 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에겐 식사와 별도로 회사가 만든 각종 빵이 제공됐다.
김 여사의 아들(7남매 중 셋째)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제빵왕'으로 불린다.
다른 빈소와 달리 조문객에게 '빵'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가 만든 빵과 음료로 직원들을 위로하려는 마음은 이날 김 여사의 빈소에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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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하나 드시고 가세요"
지난 10일 별세한 김순일 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에겐 식사와 별도로 회사가 만든 각종 빵이 제공됐다. 1964년부터 판매돼 올해 60년을 맞이한 삼립의 원조'크림빵'부터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에서 판매 중인 단팥빵과 글레이즈 도넛까지 다양한 종류의 빵이 식탁에 놓여졌다. 빈소를 찾은 김 여사의 지인과 유가족들은 이 빵을 먹으면서 고인을 회고했다.
김 여사의 아들(7남매 중 셋째)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제빵왕'으로 불린다. 1980년대 창업주인 부친 고 허창성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샤니'라는 작은 회사를 키워 연매출 7조원대 대기업으로 일궈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SPC그룹의 모태는 1945년 허창성 명예회장이 황해도 옹진군에 차린 빵집 '상미당'이다. 한국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김 여사는 허 명예회장과 함께 상미당을 지켰다. 김 여사는 전쟁통에서 당시 두 살 아이였던 허영인 회장을 업고 수 백리 피난길에 나섰다고 한다. 허 명예회장과 김 여사는 서울로 가게를 옮긴 뒤 1959년 '삼립제과공사'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크림빵은 SPC그룹의 상징이다. 작은 빵집이 대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가 됐던 시그니처 제품이어서다. 허 명예회장은 1964년 일본 동경올림픽 참관을 계기로 한국 최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크림빵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 김 여사도 참여했다. 달콤한 하얀 크림이 들어간 이 빵의 당시 가격은 10원. 저렴하고 맛있는 빵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단기간에 국민 간식으로 등극했다. 회사를 키운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김 여사는 SPC삼립의 탄생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허창성 명예회장은 자서전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에서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만큼 역할이 컸다"며 "출발부터 삼립식품을 확고부동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에는 항상 아내의 공과 덕이 뒤따랐다"고 회고했다.
빈소에서 만난 SPC 직원들은 김 여사의 온화한 성품과 자상함이 기억난다고 했다. 회사에 20년 넘게 재직한 임원은 "직원들이 업무상 자택에 방문하면 배, 사과 등 과일을 손수 내어주셨다"며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른 빈소와 달리 조문객에게 '빵'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SPC는 그룹 임직원이나 가족들이 상을 치러도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지원한다. 특히 빵은 당일 생산해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제품을 특별 배송한다. 작은 빵집부터 시작한 창업주 부부의 마음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있다.
회사가 만든 빵과 음료로 직원들을 위로하려는 마음은 이날 김 여사의 빈소에서도 확인됐다. 과거 한 단체가 주장했던 '고인을 욕보이거나 모독하려는 의미'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빵이 그렇게 나쁜 의미였다면 회사를 세운 큰 어르신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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