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잘나갔던 서울 빌라, 지금은 ‘쑥대밭’
경기 불황·전세사기 직격탄…거래절벽은 계속 이어질 듯
부동산 상승기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았던 빌라의 인기가 시들하다.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아파트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세사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빌라 거래 비중은 역대 최저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2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 매매는 5703건이었다. 전국 거래량(4만1191건)의 13.8%로, 한국부동산원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비중이다.
빌라 거래 비중은 ‘거래절벽’이 본격화한 지난해 6월 27.5%로 정점을 찍은 후, 정부 규제완화 이후인 지난 2월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거래 건수는 1만3824건에서 5703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 건수가 2만8147건(56.0%)에서 3만1337건(76.1%)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한때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추월했던 서울만 놓고 보면, 감소폭이 더 크다. 2021년 2월 서울 빌라 거래 비중은 48.3%로 아파트(42.8%)를 처음으로 뛰어넘었고, 이후 2년간 50~60%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비중이 37.4%로 감소했다. 17주 만에 다시 아파트(57.5%)에 역전된 것이다.
2년 전 빌라 거래가 증가했던 것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더 이상 서울에서 살기 어려워진 이들이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보다 저렴한 대안인 ‘빌라’로 눈을 돌렸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같은 정비사업, 신축빌라 건설붐으로 인해 투자 수요도 몰려들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는 매수가 제한적으로 일어나다가 노후화가 심해져 재개발 논의가 나올 때 거래가 많아지는 특성이 있다”며 “집값 급등기의 마지막 자락에서는 재개발이 잘 안 되고 있음에도 진도가 많이 나갔다는 말에 속아 고점에 매수한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타고 ‘풍선’처럼 부풀었던 빌라 시장은 부동산 경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체재인 아파트 가격도 많이 떨어진 데다, 정부의 ‘1·3 대책’으로 부동산 대출까지 완화되면서 실수요가 아파트로 몰렸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것도 빌라 시장에 악재다. 부동산 상승기 때만 해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횡행했지만, 세입자들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인지한 후론 빌라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전세사기 대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면서, 집주인들의 보증금 인하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빌라 거래절벽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금리가 안정되고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뒤 6개월~1년은 지나야 빌라 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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