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업 코리아] "구글·MS 비켜"… 진화한 `한국형 챗GPT` 700조 시장 진격
구글·MS·메타 주도권 다툼 속
네이버·LG 등 '혁신모델' 승부
"기술 없으면 생존못해" 총력전
'알파고' 이후로도 멀게만 느껴졌던 AI(인공지능) 시대가 최근 들어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들이 이전보다 사람과 유사한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AI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그 기반을 이루는 초거대 AI 분야 글로벌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1월 MAU(월간활성사용자수) 1억명을 돌파, 틱톡(9개월)을 제치고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이를 달성한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했다. 지난 1월 기준 일일 방문자 수는 1300만명에 달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2020년 파라미터(매개변수) 1750억개의 LLM(거대언어모델) GPT-3를 선보이며 초거대AI 분야를 선도, 2021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코드생성AI 서비스 '깃허브 코파일럿'도 MS(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선보인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GPT-3.5 기반의 대화형AI 챗GPT를 공개, 각종 학문과 문학, 코딩까지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텍스트 생성 기능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앞서 출시됐던 챗봇들과 달리 혐오 발언 문제도 확연히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미국 투자전문 매체 벤징가는 챗GPT의 흥행을 과거 아이폰의 등장에 빗대기도 했다.
◇구글 vs MS 검색 패권 다툼= 챗GPT 등장으로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검색시장이다. 챗GPT를 이용한 대학생들의 리포트부터 AI학회의 논문 작성까지 논란이 불거질 만큼 기대 이상의 사용성을 제공하면서 기존 랭킹 알고리즘 위주 검색엔진의 대안 또는 보완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하고, 구글 전체 매출에서 검색광고는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이런 구글의 아성에 AI를 앞세워 도전하는 곳이 바로 MS다. 올해 초 MS는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투자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연장,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로서 오픈AI의 AI모델에 대한 독점 공급 권리를 이어갔다.
나아가 M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챗GPT보다 검색에 특화된 LLM인 '프로메테우스' 기반의 대화형AI 기능을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추가, 최근 윈도11 업데이트를 통해 작업표시줄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챗GPT 흥행으로 이미 코드레드(경계태세)를 발령한 구글은 자사 LLM '람다(LaMDA)' 기반 대화형AI '바드(Bard)'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현재 '빙'의 새로운 채팅 기능은 프리뷰를 신청해 승인을 얻어야 하므로 100만여명이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고, 구글 '바드'는 아직 출시되지 전이다. 비록 '바드' 출시 예고 광고부터 오답을 제시하며 체면과 주가도 깎였지만, 트랜스포머 모델의 원조이기도 한 AI 강자 구글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화형 AI의 답변에 대해 신뢰성·정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양측 모두 이를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이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경쟁에서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빙'의 새로운 버전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AI 기반 검색은 내가 MS CEO에 오른 뒤 지난 9년 동안 일어난 가장 큰 일"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기회를 생각할 때 이렇게 자유롭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거대AI 글로벌 경쟁 점화=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24년 5543억달러(약 73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생성AI가 시장 성장세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그 기반을 이루는 초거대 A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초거대 AI는 인간 뇌의 시냅스처럼 AI에서 정보매개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가 무수히 많은 인공신경망으로, 생성 AI가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간이 된다. 방대한 데이터뿐 아니라 막대한 컴퓨팅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특성상 최근에는 비용 효율화를 높이는 시도도 활발하다.
최근 새로운 LLM을 내놓으며 구글, MS와의 경쟁에 다시 뛰어든 메타가 대표적이다. 메타 '라마(LLaMa)'의 파라미터 수는 최대 650억개로 구글이 지난해 발표한 '팜(PaLM)'의 5400억개과 비교하면 약 12%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처럼 LLM 학습에 쓰이는 토큰 수를 늘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보다 적은 컴퓨팅 성능으로도 성능을 낼 수 있게 했다.
메타는 '라마'를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파라미터 사이즈에 따라 70억개, 130억개, 330억개, 650억개의 네 가지 모델로 제공할 예정이다. '람다' 등을 공개하지 않은 구글과 달리 '라마'를 연구용 중심의 비영리 라이선스로 전세계 AI 커뮤니티에 제공, 개방형 협력을 이끈다는 방침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LG AI연구원은 파라미터 3000억개의 '엑사원'을 2021년 말 발표했고, KT는 초거대AI '믿음'의 올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GPT-3 기반의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네이버는 파라미터 2050억개의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선보인지 2년여 만에 '하이퍼클로바X'를 올 7월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어 데이터를 챗GPT 대비 6500배 더 학습하는 동시에 성능·비용효율 향상을 위한 자체 개발 기술이 다수 적용됐다. 네이버 고객들이 이 초거대 AI에 각자의 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 다양한 영역에서 초거대AI 기반 AI 프로덕트 생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위해 AI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업한 것도 특징이다.
최근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2023'에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챗GPT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생성AI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AI 기술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됐다"면서 "'팀 네이버'는 글로벌 수준의 AI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 가세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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