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총 쓸 수 있다' 아니라 '정들 수 있다' 했다"
[윤성효 기자]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활동가들이 국가정보원에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관으로부터 욕설, 총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확인서. |
ⓒ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진보·민중단체 활동가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총 쓸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국정원은 "총 쓸 수 있다"가 아니라 "정들 수 있다"고 한 말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있었던 구속적부심 심문 때 검사가 이러한 국정원의 주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활동가 "'총 쏠 수 있다' 협박 받아" 주장
창원·진주·서울 활동가 4명은 지난 1월 28일 체포·연행 되었고, 2월 1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들은 국정원 조사를 받는 동안 국정원 인근 2곳의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진술거부권'을 주장하며 국정원 강제인치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들을 강제인치해 조사실로 데리고 가기도 했다.
구속된 한 활동가는 확인서를 통해 국정원에서 조사받는 동안 수사관으로부터 '총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가 쓴 확인서를 보면 "인치된 후 변호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며 "하지만 조사관은 자기들이 조사할 권리가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종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질문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이 조사를 종료하고 카메라를 끈다는 통보를 하였다"며 "카메라가 꺼지자 주사관이 갑자기 '우리 총 쓸 수 있습니다. 나중에 총 드는지 안 드는지 지켜보십시오'라고 말하며 위협적 표정을 지었다.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나중에 총으로 협박, 위협하겠다는 엄포로 들렸다"고 주장했다.
경남대책위는 구속자들의 강제인치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 2월 3일 내면서 이러한 '총 협박'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석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1.30 |
ⓒ 연합뉴스 |
변호인단 "바이든~ 날리면~ 이후 최고의 코미디였다"
이날 구속적부심에는 활동가들을 변호한 안한진, 장경국, 박미혜, 신윤경, 김형일, 박미혜 변호사가 들어갔다.
김형일 변호사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구속이 부당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밝혔고, 그 중에 하나가 총 협박이었다. 구속자를 괴롭히고 인권침채해가 있다며 국정원이 총을 쓸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으니 풀어 달라고 했다"며 "그러자 검사가 자기들도 총 이야기를 듣고 놀래서 확인해 보니 국정원에서는 '정들 수 있습니다'라고 한 말이라고 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헛웃음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미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 중인 피의자를 조사관 여러 명이 달려들어 강제로 국정원 조사실에 데려갔는데 조사 과정에서 계속 진술을 거부하자 조사관 중 한 명이 피의자에게 욕을 하며 '민변 변호사 믿지마라 수사만 방해한다. (다음 조사에서) 우리 총 들 수 있다. 드나 안드나 한번 보라'는 협박을 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즉시 해당 조사관을 고발하고 증거보전 신청도 했다. 증거보전 사건에서 국정원이 오늘 답변서를 보내오기를 CCTV 영상은 있지만(국정원 내부에 설치된 CCTV는 녹음도 된다) 직무상 비밀이라 제출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구속 중에 일어난 수사기관의 폭행과 불법행위에 대해 변론하다 이 부분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는 법정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기를, 해당 발언이 '우리 정들 수 있습니다'라는 워딩이었고 총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법정 안 여기 저기서 실소가 터졌다. 검사는 부끄럽지 않았을까.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우리 정 드나 안 드나 두고 보라고 노려보며 호감을 강하게 표현했단 말인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했던 발언을 두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주장했던 상황을 언급한 박 변호사는 "바이든~ 날리면~ 이후 최고의 코미디였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자들에 대한 구속적부심신청을 기각했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수사관, 국보법 위반 혐의 활동가에 욕설·협박" (2월 3일자) https://omn.kr/22lm2
- 법원, '국정원 욕설·협박' 주장 관련 증거보전신청 인용 (2월 17일자) https://omn.kr/22s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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