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전쟁 해결책이 분양가 인센티브?… '탁상행정'의 전형

신유진 기자 2023. 2.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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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주택수 1800만채 vs 자동차 2500만대… 한반도는 주차전쟁] ③ "공간적으로 차별화 둬야"

[편집자주]2022년 국토교통부 조사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50만3078대로 5년 전(2252만8295대)에 비해 13.2% 증가했다. 마이카 시대를 넘어 '1가구 2차량' 시대가 가깝지만 도심 내 주차난 해결은 현재로선 요원한 상황이다. 기저에는 비싼 땅값과 인구밀도, 주차 예절에 대한 인식 개선 미비 등의 문제가 혼재돼있다. 수익성을 따지는 공급업자 입장에선 법정 기준조차 지키지 않는 꼼수마저 동원한다. 그에 따른 불편함과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일본처럼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의만 수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자동차업계의 반발로 한때 차량 소비를 종용했던 정책 당국은 정작 눈치만 본다.

서울 화곡동에 있는 한 빌라.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주차칸은 차들로 빽빽하다. 이중 주차를 한 차도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황제주차에 주차빌런… 꾹 참기만 해야 하나
(2) 차 있는 게 '죄'… 출근해도 세울 곳이 없다
(3) 주차전쟁 해결책이 분양가 인센티브?… '탁상행정'의 전형

#. 서울 화곡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새벽마다 '차 빼달라'는 이웃 전화에 잠을 깬다. 박씨가 살고 있는 집은 모두 20가구(전용면적 30㎡ 이하)로 구성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주차 대수는 9대(장애인 주차 1대 별도)에 불과하다. 그는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라며 "하는 수없이 이중 주차를 해야 하고 어김없이 다음날 새벽에 차를 빼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엔 주차난을 호소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다세대주택과 같은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 역시 주차공간 부족으로 입주민 간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차 대수보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공간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아파트) 등은 주차공간을 많이 확보할수록 이를 분양가에 가산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주차공간을 확대하는 만큼 분양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입주자모집공고 시 아파트의 주차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면 분양가에 가산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동주택 내 주차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의 자발적인 주차공간 추가 설치를 유도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입주자 모집공고 시 공개되는 공동주택성능등급에 주차공간 성능등급을 추가, 입주자가 주차 편의성 등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아파트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주차공간 추가설치 시 분양가에 가산되도록 가산항목에 주차항목을 신설한다. 이번에 분양가 가산항목에 주차공간 성능등급을 추가하면서 주차공간 추가설치 시에도 기본형 건축비 외 가산비용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주차공간 늘어날수록 주차 갈등 더 커진다"


업계에선 사업자의 자발적인 주차공간 추가 설치 유도방법 외에 법정 주차기준을 바꿀 순 없는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정 주차기준 변경 시 분양가도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에 가산하는 인센티브 부여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정책 방침에 대해 오히려 주차 갈등을 더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차공간을 늘리면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 부정적 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상업지나 업무 중심지 등 출근을 많이 하는 역세권 도심 아파트에는 주차장을 많이 지으면 안 된다"며 "인센티브 가산으로 주차장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차량이 유입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차문제를 유발시킨다"고 꼬집었다. 말그대로 도심에선 '용도용적제'를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어 "서울 외곽지역의 일반주거지 아파트 단지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이런 단지에 사업자가 주차장을 많이 짓는다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민이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량 통행 억제를 위해서라도 '분양가 가산 인센티브'를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국토부가 내놓은 정책은 섬세함이 떨어진다. 공간적으로 차별화를 둬야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 기준… "업자들은 손해 보는 장사 안한다"


현재 법정 기준 주차면수는 가구당 1.0~1.2대이며 주차구획은 확장형(2.6m×5.2m)이 전체의 30%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주차구획의 경우 표준형(2.5m×5.0m)에서 큰 차 비중을 높여 확장형 비중이 늘어났다. 하지만 차를 2대 이상 보유하는 가구가 과거보다 현저히 늘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맞춰놓은 법정 주차기준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건축업자들은 최소 기준만 지키기 때문에 관련 손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전가되며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에 나서는 전 세계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서울은 주차공간을 확보하려면 토지 한 면당 4000만~5000만원이 필요해 민간업자들이 초과 지출을 하지 않기 위해 법에 맞춰진 최소 기준만 지킨다"며 "주차난 때문에 인근 도로에도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분양가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탄소 제로 시대와도 동떨어진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 교수는 "이렇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주차공간을 늘린다면 주차장 확보만 강조하는 것"이라며 "탈탄소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이나 전 세계 기후 변화 대책 등과는 역행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선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적절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권일 한국교통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용적률이나 분양가에 인센티브를 가산하는 것은 충분히 정책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행 주차장 관련 법은 최소한의 주차 대수를 정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결과적으로 건축업자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법적 기준을 살짝 넘어가는 수준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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