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왕 구단주' 어디갔나…용진이형, 이게 최선입니까?[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2022. 12. 14. 10: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공정과 투명.

'소통왕'으로 세상에 없던 구단주로 불리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한순간에 공정과 투명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구단주로 전락했다.

SSG를 향해 공정과 투명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용진 구단주는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SG 정용진 구단주가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시상식 후 추신수와 셀카을 찍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공정과 투명.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다. 스포츠는 특히 공정과 투명을 신념처럼 여긴다.

‘소통왕’으로 세상에 없던 구단주로 불리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한순간에 공정과 투명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구단주로 전락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창을 닫고,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의 행보로 적잖이 당황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SSG는 류선규 단장의 사퇴가 알려진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새 단장을 선임했다. 1997년부터 24년간 야탑고 감독을 지낸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이 단장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고, 1년 만에 단장으로 초고속승진했다. 구단은 ‘폭넓은 현장 지도 경험을 쌓았고,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통해 SSG가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1년 만에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을 구축해 팀을 명문 반열에 올렸으니, 그 능력이 가히 ‘역대급’이다.
SSG 류선규 전 단장(왼쪽)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민경삼 대표이사(가운데) 김성룡 운영팀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김 신임단장이 랜더스의 부름을 받은 것 자체에 고개를 갸웃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류 전 단장이 사임한 뒤 세간에 떠도는 루머로는 김 신임단장은 당초 차기 단장으로 팀에 들어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수단에서도 “올해 초부터 김 센터장이 단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우리 구단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라는 게 소문의 근거였다.
단기간에 ‘선수 중심 사고, 선수 주도 성장, 선수별 맞춤 육성전략을 팀에 뿌리내리게 만든’ 김 신임단장의 ‘역대급 능력’보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구단 실세’에 관심이 쏠린건, 조직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야구단은 100여 명 이상이 공동체 생활한다. 눈에 띄는 인물이 등장하면, 이른바 잠자리 눈깔로 들여다본다. 수백 개의 ‘잠자리 눈깔’에 그룹이나 구단 관계자가 아닌 인물이 ‘실세’로 보였다면, 팩트에 가깝다. 이 실세는 ‘자문’이라는 직함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출입증(AD)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SSG 김성용 신임 단장.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구단 자문은 창단 과정부터 깊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구단주와는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낸, 집안끼리도 친분이 있는 인사라는 얘기도 들린다. 선수들과도 친분이 두텁고, 고민상담을 해주는 등 멘토 역할도 했다고 한다. 사실상 사장 역할을 한 것처럼 비친다. SSG를 향해 공정과 투명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용진 구단주는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SNS를 통해 팬과 소통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2년 만에 통합우승을 끌어냈다. ‘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비난도 있지만, ‘야구에 진심’이라는 찬사가 더 컸다. 우승 기쁨을 만끽하던 인천 야구팬이 단장 교체 과정에 크게 실망한 건, 류 전 단장의 능력이 빼어나서가 아니다.
소탈하고 야구에 진심으로 비쳤지만, 목표를 달성한 직후 보인 행보는 대기업 총수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가운데).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적어도 20년 이상 구단에 몸담으며 통합우승을 견인한 살림꾼을 ‘비선실세’ 뒤에 숨어 잘라냈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류 전 단장의 과오가 있었더라도 박수받으며 떠날 분위기는 만들어주는 게 한국시리즈 우승 뒤 눈물을 펑펑 쏟으며 팬 앞에 마이크를 잡고 나선 구단주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인간적이고 진솔한 구단주라는 이미지는 이번 사태로 ‘자기 사람 챙기려 장기근속 직원을 밀어내는 대기업 총수’로 전락했다.
계열사 중역 자리에 총수와 친분있는 인사를 꽂아 넣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계열사가 야구단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팬은 야구단의 주인이기도 해서 대표이사부터 신인선수까지 ‘식구’로 여긴다. ‘용진이 형’은 식구 중 한 명을 건드렸다. 이제 팬의 눈은 ‘용진이 형 친구의 친구’로 향한다.
zzang@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