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석방에 기세 꺾인 검찰…박지원·서훈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관여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8일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면서 문재인 정부 ‘윗선’을 향하던 검찰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험로가 예상된다.
서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원정숙)는 이날 서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인용하면서 ‘범죄 증거를 인멸할 염려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해를 가할 염려가 없다’고 석방 사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장관이 이미 퇴직한 데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가능성도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어서 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이 서 전 장관을 석방한 것은 혐의 유무와는 무관하다. 서 전 장관은 구속기간 만료일(9일)까지 하루를 남기고 석방됐다. 검찰이 서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18일간 조사하면서 진술과 물증을 상당히 확보했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졌다고 재판부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현 사이버작전사령부)에 ‘정치 댓글’을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017년 11월 구속됐지만 구속적부심을 통해 11일 만에 풀려났다.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지난달 대법원이 일부 파기환송했지만 정치관여 혐의는 1~3심 모두 유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서 전 장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앞선 재판부의 구속영장 발부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서 전 장관은 현재 민간인으로 군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증거인멸’을 사유로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날 서 전 장관을 석방하면서 다른 피의자와 대화나 연락을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서 전 장관의 석방은 박지원 전 원장, 서훈 전 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줄줄이 남겨둔 검찰에게는 분명한 악재다. 핵심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다른 피의자의 수사 협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전 원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 전 실장은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터다.
당초 검찰은 서 전 장관을 구속기간 만료일인 오는 9일에 맞춰 구속 기소한 뒤 다른 피의자들을 소환할 계획이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다. 부친상으로 일시 석방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서 전 장관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장관과 검찰은 재판에서도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하려다 북한군에게 피살됐다는 문재인 정부 판단에 맞지 않는 첩보보고서 60건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손상·허위공문서작성)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민감한 첩보가 일선 부대까지 무분별하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포선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열람 가능했던 첩보를 검색되지 못하도록 한 조치 자체가 공용전자기록의 효용을 훼손한 범죄라고 판단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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