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18)] 가장 사소한 것들의 낯설게하기, 밴드 벤치위레오
"일상의 아이러니 노래하는 팝 록 밴드"
익숙한 이야기 구조는 스토리를 쉽게 이해하고 친근함을 느끼도록 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이야기의 틀을 빌려올 수 있지만, 이것이 단순 반복될 경우 지루함을 준다. 이때 흥미나 긴장감이라는 반응을 유발시키기 위한 기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낯설게하기’ 기법이다.
4인조 밴드 벤치위레오(BenchWeLeo, 보컬 이준행·드럼 기욤 데보·기타 김슬웅·베이스 이동건)는 문학에서 사용되는 ‘낯설게하기’ 기법을 음악으로 옮겨왔다. 이들은 벤치위레오를 ‘가장 사소한 것들의 낯설게 하기, 일상의 아이러니를 노래하는 팝 록 밴드‘라고 소개하다. 예컨대 신나는 음악에 암울한 가사, 혹은 신나지 않은 음악에 발랄한 가사를 사용하는 식이다. 그래서 벤치위레오의 음악은 늘 흥미롭다.
-당초 서강대 대학원 세 분이 밴드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요. 밴드를 구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는 서강대 대학원 인연으로 팀이 출발했었는데, 지금은 다 팀을 나가서 리더만 서강대 대학원 출신입니다(웃음). 현재 드럼 기욤은 버클리 음대, 베이스 동건이는 호원대, 기타 슬웅이는 추계예대로 현재는 정말 다이내믹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의 멤버 구성은 어떻게 완성하게 된 건가요.
(준행) 기욤은 2020년 7월부터 함께 쭉 하고 있는 든든한 고참급 멤버입니다. 2020년 7월 저희 객원 드러머가 팀을 나가고 나서, 드러머를 추천받는 사태가 한 번 있었는데요. 당시 저희 교회에 남편이 프랑스인인 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남편 이름이 조안 벨렉인데, ‘조안네 밴드에 괜찮은 드러머가 있다. 그런데 그게 프랑스인인데 괜찮겠냐’라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니까 커뮤니케이션에 하자가 없고 성격도 착하고, 이미 벤치위레오의 기존 음악들을 전부 다 들어왔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했습니다. 이 결정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네요.
베이스 동건이의 경우 작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베이스 객원을 도와준 찬이라는 친구가 더 이상 팀을 도와주기가 어려워서 자신의 10년 지기 동생이 베이스를 아주 잘 치는데 정식 멤버로 영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길게 이야기를 하면서, 곧바로 영입을 결정했습니다. 팀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최고의 엔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친구입니다!
참고로 슬웅이는 2020년 7월부터 함께 객원으로 함께 하다가 전환형 인턴으로 정식 멤버가 되었습니다. 사실 객원이라고 하기엔 싱글 두 장과 EP 한 장까지 모두 참여했기에 객원이면서 객원이 아닌 친구였답니다(웃음).
-그렇다면 올해로 4명의 멤버가 완성된 셈이네요. 기존의 벤치위레오와 지금의 벤치위레오의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오피셜 멤버로만 활동을 하는 것은 2018년 데뷔한 이래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건반 멤버를 두기도 하고 객원도 자주 바뀌었기에 구성이 많이 바뀐 상태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2021년 ‘하얀 태양’(Soleil blanc)이라는 곡부터 기욤과 슬웅이 참여를 하게 되면서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건이가 처음 참여한 이번 싱글 ‘돌고래’(Sonic Wave)부터 앞으로는 좀 더 밝은 느낌의 음악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명인 ‘벤치위레오’는 어떤 의미인가요.
준행이 다니던 서강대에 살던 매우 유명한 길고양이 이름이 ‘레오’였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따라오는 아주 똑똑하고 귀여운 고양이였고 학교의 마스코트였습니다. 당시 레오의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가 2000명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학교의 마스코트가 누구냐고 설문조사를 하면 레오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레오의 인기에 묻어가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하. 레오는 벤치 위에 자주 올라가 있는 습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룹명을 ‘벤치위레오’라고 정했어요. 또 ‘Bench We Leo’, 벤치와 레오 사이를 우리(We)가 이어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영어 의미를 함께 삽입했습니다.
-팀을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준행)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무래도 역시 자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은 작년까지 대학원에 있다가 올해 초부터 수료를 해서 학원에서 강사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큰 벌이는 아니지만 밴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거의 3배로 불어나서, 팬 분들께 드릴 선물이나 MV같은 팀 아트워크에 투자하기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팀 내에서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각자의 개성도 중요하지만,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잖아요.
(준행)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팀 내에서 제 별명이 Dictator, 독재자입니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해주면 합리성을 따져서 최종적으로 제가 조율하는 편입니다. 대학교에서 조모임을 할 때도 느꼈지만, 소수집단에서 너무 큰 자유가 오히려 전진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물론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합리적이고 좋으면 아주 행복하게 고려합니다. 그 외에 귀찮고 잡다한 일들을 제가 처리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공연 때 멤버들이 볼 셋 리스트 정리한 A4 종이 만들고 뽑아가기? 하하.
-지금까지 팀을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은 없었나요?
그래서 팀을 나간 멤버들이 많았죠. 그들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길이 있었기 때문에 나간 것이고, 실제로 지금도 팔로우를 끊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결국 갈등은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서 일어난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정식 멤버들이 될 후보군들과 면담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이 ‘메이져 음악계’로 진출할 야망이 있는가였습니다. 아무래도 그 영광의 날을 생각하지 않으면, 매주 쉬지 않고 공연해야 하는 이 삶을 버틸 수 없을 테니까요. 목표가 같아지니 큰 갈등들은 생기지 않지만, 작은 갈등들은 발생합니다. 특히 곡 작업 할 때, 각자 출신 장르들이 다르다 보니 발생하는 갈등들이 있죠. 그런 경우 좋은 엔지니어와 함께 일하면 좋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얼마 전 낸 신곡을 냈어요. ‘돌고래’는 어떤 곡인가요?
‘돌고래'(Sonic Wave)는 홍대씬에서 자주 보기 힘든, 아주아주아주 청량한 사랑 노래입니다!
-‘돌고래’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준행) 사랑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사를 쓸 때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벤치위레오의 모든 곡 중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곡은 데뷔곡 하나이고, 사랑이 주제인 곡도 3곡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너무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이 너무 건조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생각을 비우고 벤치위레오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사랑 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사를 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라이브 공연 시 같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가, 그리고 발음이 그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가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돌고래’가 주요 소재가 된 이유도 궁금해요.
(준행) 4월 경, 기타를 잡고 코드 라인을 몇 개 정리하다가 얻어 걸린 진행이 바로 지금의 ‘돌고래’ 진행이었는데요. 치자마자 ‘오 이건 돌고래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멤버들에게 가장 중요시했던 지침은 ‘돌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음악적인 그래프로 표현하라’였습니다. 표현주의를 좀 강조하는 편입니다.
-앨범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건 뭘까요?
현대 음악으로 올수록, 심지어는 밴드 음악에서도 Fx(효과음)을 잘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제일 약한 부분이 그런 것을 잘 모르고 그저 연주나 열심히 하는 인간이었다는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려움을 이창조 엔지니어(겸 편곡가)가 아주 잘 타파해주어서 정말 아무런 트러블도 없이 시원하고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고맙다 창조!
-기존에 내던 음악과 이번 신곡 사이에 달라진 점도 있는지 궁금해요.
팀명과는 반대로 생각보다 주제나 사운드가 무거운 음악들을 많이 들려드렸는데요. 작년 발매된 싱글 ‘민트초코’ 이후, 조금 더 밝은 쪽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Fx의 적절한 추가도 달라진 부분이고요. 저희가 원래 라이브에서도 미디를 사용하는 팀은 아니었는데, ‘돌고래’ 때문에 이제는 매번 공연장에 맥북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신곡에 대한 멤버들 스스로의 만족도는?
아주아주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좋은 곡이 나와서 이렇게 영광스럽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웃음) 특히 새로 들어온 멤버인 동건이가 오자마자 처음 참여한 넘버인데요. 그래서 동건이 만족도가 매우 높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MV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와서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돌고래’를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까요?
벤치위레오에게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아무런 장벽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뷔(2018)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래도 꾸준히 공연을 해오셨죠.
2020년, 2021년 공연 횟수를 보니 15회, 14회에 텀도 들쭉날쭉하더라고요. 그래도 쉬지 않고, 객원 멤버까지 열심히 꾸려가며 공연을 해오다 보니 지금의 훌륭한 정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헛된 커리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올해 2022년은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다음 주에 있는 공연까지 치른다면 벌써 올해 41회차 공연이거든요. 많은 공연장에서 벤위레를 아껴주시고 애정해주셔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항상 찾아와주시는 팬들(벤둥둥)은 말할 것도 없죠. 항상 감사드립니다!
-음악한 걸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나요? 아니면 ‘음악하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은요?
다들 후회하는 순간은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음악하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존경하던 밴드 솔루션스 선배님들과 같은 날 공연을 하고 선배님들의 저희의 무대를 다 봐주셨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멜론 메인 신규앨범 페이지에 ‘돌고래’가 떡하니 등장했을 때 아주 감격스러웠습니다.
-앞으로 벤치위레오의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내년 상반기 정규 2집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동일한 장르 안에서 묶이기보다는 어떤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중점을 맞춰 작업하기 때문에, 한 앨범 안에서 굉장히 다채로운, 그러나 정말 벤위레스러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밴드로서의 롤모델도 있나요?
멤버들 각자 좋아하는 팀이 조금씩 다른데요. 준행은 밴드 데이브레이크(국내), Jamiroqaui(해외)를 롤 모델로 두고 있습니다. 기욤은 John Mayer와 밴드 혁오, 슬웅이는 선우정아. 동건이는 OASIS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혹시 계획된 일정(공연, 앨범 발매, 방송 출연 등)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거의 매주 홍대, 이태원, 송파 등지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일정은 인스타그램(@benchweleo)에서 항시 공지 중이니 참조해주시고, 기욤은 자주 드라마나 영화에 얼굴을 비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찾는 또 다른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정규 2집과, 단독 공연은 내년 상반기 쯤 찾아올 예정입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밴드로서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락 페스티벌에 항상 서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곧 볼 수 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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