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이젠 끝났다" 비웃었는데..신형 개발, '단종설'에 본때 [세상만車]

최기성 2022. 8. 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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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 없는 '국민차 전설'
내년 상반기, 신형 나온다
'1000만대' 대기록도 유력
중형 세단 시장을 주도하는 쏘나타, 아이오닉6, K5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세상만車] 흑역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동차 브랜드에도 흑역사가 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한 마르샤, 아슬란이 대표적이다. "이런 차가 있었냐"며 차명조차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

마르샤는 쏘나타 위급으로 1995년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3년 뒤 조용히 단종된 고급 중형세단이다.

아슬란도 비슷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틈새 시장을 겨냥해 2014년 출시된 준대형 세단이지만 4년 만에 단종됐다.

두 차종은 표면적으로는 실패작이다. 어설프게 고급화와 차종 다양화를 추진하면 실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스텔라 [사진출처=현대차]
그러나 '흑역사'를 썼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등의 상품성 강화와 고급화 전략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데도 한몫했다.

두 차종에 이어 이번에는 쏘나타가 단종설과 함께 흑역사 대상이 됐다. 쏘나타 단종은 마르샤, 아슬란과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다.

이유가 있다. 1985년 스텔라 뒤를 이어 출시된 쏘나타는 '국민차' 대접을 받고 있어서다. 쏘나타는 그랜저에 앞서 '아빠차' 시대도 열었다.

쏘나타, VIP용 고급세단으로 출발
쏘나타 세대별 모음 [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의 등장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관련 있다. 당시 한국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높아진 소득수준은 자동차 구입에도 영향을 줬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한 자동차도 포니, 엑셀 등 소형차보다 더 크고 넓은 세단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는 스텔라에 1800㏄, 2000㏄ SOHC 엔진과 5단 변속기를 탑재한 쏘나타를 출시했다.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로 등장한 셈이다.

현대차 공장 [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는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로 인기를 끌었다. 당대 인기배우 신성일이 첫 번째로 계약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쏘나타는 1988년 2세대, 1993년 3세대(쏘나타Ⅱ), 1996년 3세대 부분변경 모델(쏘나타Ⅲ), 1998년 4세대(EF), 2004년 5세대(NF), 2009년 6세대(YF), 2014년 7세대(LF), 2019년 8세대(DN8)로 진화했다.

쏘나타는 단순히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중형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난 37년 동안 현대차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성장의 상징이자, 중산층을 대변하는 중형차가 됐다.

7세대 쏘나타까지는 국내 판매 1위를 거의 독점하면서 국민차가 됐다. 덩달아 구매층이 젊어지면서 아빠차에서 오빠차로 거듭났다.

9세대 개발 불투명, 단종설까지 등장
8세대 쏘나타 [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의 위기는 8세대부터 시작됐다. '내우외환' 때문이다. 역동적인 4도어 쿠페 스타일은 디자인 호불호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형제 차종이자 경쟁 차종인 기아 K5는 2019년 11월 3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강력해졌다.

3세대 K5는 사전예약 3일 만에 1만대 넘게 계약됐다. 기아차 모델 중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3월 8세대 쏘나타가 세운 사전예약 1만대 돌파 기록을 이틀 앞당겼다.

3세대 K5는 2020년에는 11만843대 판매되면서 9만1734대에 그친 쏘나타를 이겼다.

지난해 쏘나타는 10만6261대 판매되면서 8만7240대 팔린 K5를 제쳤다.

K5에 이겼지만 쏘나타의 위상은 타격을 입었다. 쏘나타 독점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쏘나타 입장에서는 설상가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세가 형성됐다.

쏘나타가 차지했던 패밀리카 시장을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등 중형 SUV가 가져가고 있다.

쏘렌토 [사진출처=기아]
전기차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존재감도 약화됐다. 쏘나타와 체급이 비슷한 전기차인 아이오닉6까지 등장했다.

쏘나타 위상이 약화되자 지난 6월 단종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근거가 있다.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 시점이 미뤄진 데다, 9세대 쏘나타 개발이 아직 진행되지 않아서다.

현대차는 2~3년마다 부분변경 모델, 4~6년마다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현대차 신차 출시 사이클로 판단하면 2019년 출시됐던 8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은 올해 나와야 한다.

업계는 후속인 9세대(DN9) 쏘나타의 개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8세대 부분변경 모델 개발 방향이 수정되고 출시 시점도 1~2년 늦춰졌다고 풀이했다. 9세대 쏘나타 개발 지연은 단종설의 근거가 됐다.

내년 상반기, '풀체인지급' 부분변경 출시
아이오닉6 [사진촬영=최기성]
실제로 쏘나타가 단종될 가능성은 있다. 전동화 강화 전략에 따라 내연기관 모델들이 잇달아 단종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쏘나타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단, 지금은 아니다. 시기상조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에는 완전변경(풀체인지) 수준으로 진화한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다. 이 모델은 적어도 2~3년간 판매된다.

9세대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존 모델의 상품성을 계속 개선해 완전·부분변경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며 더 오랫동안 판매될 수도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동화의 역풍으로 충전 시스템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연기관 쏘나타의 생명은 더 길어질 수 있다.

8세대 쏘나타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투자 계획에서도 내연기관의 생명 연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동화, 친환경, 신기술, 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투자 대상에는 내연기관 제품 라인업 최적화와 품질 향상도 포함됐다. 전동화 차량보다 구매 부담이 작은 내연기관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연관 부품사들의 수익성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8세대 부분변경 쏘나타 개발에 공들이기 위해 출시 시점을 1~2년 늦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형 쏘나타, '1000만대 클럽' 가입 유력
K5와 쏘나타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쏘나타는 위상이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잘 팔리는 베스트셀링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대란에도 판매 '톱10'에 포함됐다.

26일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 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쏘나타는 2만3184대 판매됐다.

국산 승용차 중 9위에 해당한다. 세단 중에서는 그랜저, 아반떼, 제네시스 G80에 이어 4위다. K5는 1만7103대 팔리면서 전체 14위, 세단 6위를 기록했다.

쏘나타는 현재 출고 대기 기간이 3개월가량이다. 아직 출고되지 않은 물량이 2만여 대 수준이다 .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쏘렌토, 7개월 넘게 걸리는 K5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반떼, 엑센트에 이어 '1000만대 판매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쏘나타는 7세대까지 858만대 판매됐다. 7세대 쏘나타는 150만여 대 팔렸다. 8세대를 포함해 현재까지 판매된 쏘나타는 9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평균 성적만 거둬들여도 '1000만대'를 돌파할 수 있다. '국민차' 쏘나타는 지금도 국산차 전설을 쓰고 있다. 흑역사는 없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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