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놓치면 완전히 끝인거 아시죠”…부모 공포심 자극하는 대치동 학원가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5. 6. 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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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대치동 학원가 예비 고1 설명회 자리에서 강사가 고등학교별 내신 특징을 요약한 자료를 칠판 화면에 띄우자 학부모들은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 촬영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고등학교 선택이 큰 고민"며 "1등급을 실수로 놓치면 34%인 2등급 학생과 같이 묶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골라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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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입된 내신 5등급제
“상위 10% 놓치면 낙오 불안”
대치동 학원가 설명회 북새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중3은 이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세요. 내신 1등급 몇 번 놓치면 ‘인서울’ 도 쉽지 않은거 아시죠? 이번 여름에 수학은 미적(미적분1)까지는 끝내야 1등급을 노릴 수 있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 설명회)

최근 열린 대치동 학원가 예비 고1 설명회 자리에서 강사가 고등학교별 내신 특징을 요약한 자료를 칠판 화면에 띄우자 학부모들은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 촬영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18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학원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예비 고1 대상 설명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까지 반년 넘게 남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크다. 올해부터 고교 내신 5등급제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고등학교 선택에 대한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치동 학원가는 이같은 학부모 불안 심리를 노리고 입시 설명회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6시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 대형 학원 입구. ‘예비 고1 고교 선택과 대입 준비 설명회’ 안내문이 붙은 현관 앞으로 학부모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전날에도 대형 학원 두 곳에서 유사한 설명회를 열었다. 한 학원은 입장 후 자료집이 부족해 복사본을 돌렸고, 강의실이 꽉 차자 다른 강의실로 학부모들을 이동시켜 TV 모니터로 중계하기도 했다.

이달 말까지도 학원별 학습 전략, 예비 고입 설명회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고등학교 선택이 큰 고민”며 “1등급을 실수로 놓치면 34%인 2등급 학생과 같이 묶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골라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 고1부터 고교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 비율은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됐다. 사실상 종전 체계의 2등급(상위 11%) 수준이 1등급으로 올라간 셈이다. 새로운 5등급제에서는 1등급 10%, 2등급 34%, 3등급 66% 등으로 각 등급 구간이 넓어졌다.

늦은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 학생들로 가득한 모습. [매경DB]
교육당국은 상위 등급 비율이 늘어난 만큼 내신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실수로 1등급을 놓치면 34%에 해당하는 2등급 학생들과 동일하게 평가된다는 점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올해 고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후 자퇴나 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진로에 맞춘 과목선택을 상담받으려는 수요까지 몰리며 컨설팅 문의도 늘고 있다. 9등급제에 비해 내신 변별력 자체는 낮아진 만큼 학생부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명 강사의 예비 고1 대상 여름 방학 특강도 순식간에 마감된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국어 학원 원장 강의가 20초만에 마감됐다고 안내받았다”며 “대기 명단에 올리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매해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올해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학교 사교육비는 7조8338억 원, 고등학교는 8조13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중학교가 9.5%로 가장 높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입시 제도가 바뀌게되면 사교육 시장은 불안을 자극해 전략 상품을 내놓는다”며 “제도 개편 자체가 사교육을 자극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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