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술일까요?

2021. 10.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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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키아프에서 콰야 그림 / 직접 촬영

올해 피카소 전시가 예술의 전당에서 크게 열렸습니다. 연일 줄이 길었고 방학땐 아이들과 엄마들이 마스크를 하고서도 1시간 넘게 기다렸지요. 그렇게 기다려서 전시장에 들어가면 본전 뽑고 싶습니다. 촘촘히 줄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지쳐서 억지로 피카소를 만나죠. 예술이 좋다니 다니긴 하는데 어째 아이는 미술관 가자 하면 시큰둥합니다. 예술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요?

지금 현대 사회는 예술의 시대입니다. 파도가 밀려오듯 MZ세대들은 새물결을 몰고 왔어요. 예술은 이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새로운 향유와 소유 가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옥션과 아트페어에는 젊은 친구들의 재기가 가득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예술이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예술은 나를 나타내는 탁월한 가치가 되고, 그 안목이 투자가 되기도 하는, 미래 사회의 거대한 광장이자 시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예술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안목이 높아질까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저 추상화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웃음) 예술은 환경입니다. 재미입니다. 사랑입니다. 사랑하려면 계속 만나야겠지요. 계속 만나려면 재미가 있어야겠고요. 그 재미가 바로 컨텐츠랍니다. 오랫동안 예술계에 있으며 이런 저런 글을 써 온 저는 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린 시절부터 즐겨 해오던 그림으로 이야기 짓기를 떠올렸어요. 그래, 그림과 글이 만났을 때 재미가 있었지.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 감성이 쑥쑥 자라고. 아이들을 위한 융합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그것이 바로 숭례문학당 <예술 감성 글쓰기>의 탄생 입니다.

예술 감성 글쓰기, 예감은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세계 명화부터 현대 미술, 고서화부터 추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모든 예술을 접하게 됩니다. 글은 시, 일기, 편지, 대화글, 동화까지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 2월에 1기가 시작됐는데 7기까지 계속한 친구도 퍽 많아요. 피카소 '마리테레즈의 초상'을 보고 한 친구가 말합니다.

ㅡ사랑하는 여인을 파란 괴물로 그리다니요! 이 그림을 보고 나서 그 여인은 화딱지가 나서 떠나버렸을 것 같아요!ㅡ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추상화를 보고는 또 한 친구가 말하지요.

ㅡ이 그림은 개구리알 같다. 목욕탕 타일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나 수많은 푸른 점을 찍은 작가는 너무 외로웠을 것 같다ㅡ

아이들은 그림을 직관적으로 봅니다. 어른들은 지식의 영역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치를 보죠. 예술 잘 모른다는 생각에 미술관 3대 행동 법칙. 우물쭈물, 쭈뻣쭈뼛, 동공지진. 대체로 그러합니다. 아이들은 예술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림은 아주 재밌는 상상의 매개가 되지요. 그림을 보고 상상하고 생각하며 글을 쓰면서 저절로 직관력, 상상력, 창의력, 사고력이 동시에 성장합니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쓰며 아이들은 서로 친해집니다. 같은 그림으로 글을 쓰는데 모두 다른 이야기. 아이들은 그걸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해요. 예감 글쓰기 카페는 늘 북적북적, 서로 웃고 댓글 다느라 난리지요. 예감글은 잘쓴 글, 못쓴 글이 없어요. 모두 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쓰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응원하고 공감합니다. 친구의 다른 생각에 놀라고 긍정하고 수용합니다. 예술을 통한 근사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서울시 교육청 어린이 도서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도서관과 예술의 전당 어린이 아카데미까지 그림과 글이 만나는 강좌는 조금씩 더 확산되고 있어요. 아이들의 후기나 어머니들의 감사가 많은데, 제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성껏 그림들을 고르고, 아이들 글에 공감하고 감동하며, 저도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꾸밈 없고 솔직한 아이들로부터 예술에 대한 시선을 배웁니다.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봅니다. 모두에 대한 마음을 어루만져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 맞습니다. 예술은 좋은 삶의 스승이고요.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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